뉴질랜드의 사이키델릭 록밴드 Unknown Mortal Orchestra
첫 번째로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곡은 Unknown Mortal Orchestra의 Hunnybee.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부드러운 일렉 피아노 사운드가 귀를 밝힌다.
싱어송라이터 Ruban Nielson이 만든 'Unknown Mortal Orchestra'는 뉴질랜드의 인디록밴드로, 위키피디아는 사이키델릭 록과 로파이로 분류하고 있다. 전반적인 멜로디는 선명한 반면 보컬의 목소리는 저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특징.
Unknown Mortal Orchestra는 지금까지 총 다섯개의 음반을 발매했다. 'Hunnybee'는 그 중 네 번째 앨범인 'Sex & Food'에 수록된 곡이다. 뉴질랜드 음악제에서 노미니 및 수상 이력도 꽤 있는 걸 보니 뉴질랜드 안에서는 꽤 유명할지도 모른다.
사실 노래 자체보다 오피셜 뮤직비디오와 어우러진 그 느낌이 좋았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곡의 진행, 붕 떠있으면서도 거친 목소리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내가 기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드럼의 비트에 맞추어 덜컹거리는 기차,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노래처럼 스쳐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까지. 크게 변하지도 않는 화면이 실제 기억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이다.
화사한 색감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노래 가사를 뜯어보면 무작정 밝지만은 않다. 덜컹거릴 때마다 떨어지려 하는 머리 위 선반의 캐리어나 금방이라도 기차 선로 위로 떨어질 것같은 나뭇가지는 어딘가 아슬아슬하다.
Hunnybee, Hunnybee
There's no such thing as sweeter a sting
Hunnybee는 옥스포드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그래도 역시나 Urban Dictionary에는 있다. Urban Dictionary에서는 'Hunnybee'를 "다른 무엇보다도 더 신경쓰는 사람",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었만, 가장 최근에 추가된 항목에서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지만, 상처를 줄 때에는 당신을 공격할 사람"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나는 후자의 의미에 가깝게 사용되지 않았나 싶다. "따끔거리는 것보다 더 달콤한 것은 없어요"라는, 불가능한 비유와 Hunnybee라는 호칭은 사랑이 '언제나' 달콤할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최근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라는 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슬픔과 고통, 아픔 같은 것들은 뒤로 밀어 놓은 채 사랑과 행복, 달콤한 것들만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오히려 삶이든, 사랑이든, 소설이든, 무엇이든, 위기가 있어야 결말이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따지면 따가움Sting보다 더 달콤한 것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은 그다지 모순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201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