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휴직 승인
회의실 안에는 적막감 속 미소를 지으시는 팀장님과긴장 속에 고개를 푹 숙인 나의 숨소리만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업무가 요즘 힘들지. 커피 한잔 마시고 이야기하지. 잘 안되는 것이 뭐지?" 라며, 나의 미진한 부분을 해결해주시고자 했다.
"저 팀장님. 업무적인 건 괜찮습니다. 개인적인 일에대해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라고 운을 띄운 후 다소 뜸을 들이고 있었다.
"지금 이야기해! 이 멍청아!" 라고 내 속의 또 다른 자아가 날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 동안의 고민한 썰, 회사에 대한 애정과 업무공백 등의 전제를 깔고 본론에 바로 들어갔다.
팀장님은 순간 움찔하셨고, 처음엔 내 와이프 이야기를 하시다가 순간 깨닫고서는 "한과장이 휴직을 낸다고?" 말하시며 연신 믹스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셨다. 진정이 되셨는지 나의 아이상태, 아내상태, 휴직 후 계획, 언제 내는지 등등 많은 대화가 오갔다.
신기하게 긴장의 땀은 식어들어갔고, 최대한 마음 안상하시게 나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죄송함과 미안함을 자꾸 이야기하는 내가 느껴질 정도였다. '진급따위 늦어도 괜찮아. 가정과 아내를 살리자.'라고 되뇌었다. 대화의 마지막, 친절하셨던 팀장님의 말씀이 아직도기억에 생생하다. 나와 업무 성향은 맞지않아 의견충돌도 종종 있었지만, 남의 배려에서는 탑 클래스셨다.
"한과장. 고민하지말고 휴직내는거야. 자네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갈거야. 회사보다는 가정이 우선이지. 때마침 신규직원 수요조사도 하니 한과장 후임을 최대한 빨리 자리를 만들어야겠네. 대신, 인계인수서도 자세히 만들고, 휴직 중이라도 후임이 오거나 도움요청이 가면 적극적인 협력바라네."
이렇게 반년간의 불면의 밤, 긴 고민의 시간은 끝났다. 고용노동법상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임에도 이렇게 눈치를 볼 일인가 싶었다. 회식 때마다 "저는 휴직할거에요!"라고 지겹고, 구차하게 밑밥을 까는 것도 끝났다. 그 이후 부장님, 실장님의 연타석 개인면담도 있었지만, 돈 벌어야하는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라는 의견들에 난 크게 동요되지는 않았다. 한달 후 시작될 휴직에 맞춰 당장 내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지금 벌여져있는 업무를 야근하며 마무리했다.
그 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하루동안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개선장군 마냥 당당히 이야기했다. 아내, 남편 역할이 서로 바뀌는 것이 신기하다며, 서로서로 이해해주며 최소 1년, 또는 그 이상 지내보자 했다. 아내도 복직 후 경력단절도 극복하고, 일에 대한 욕심이 컸는데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 날부터 출근길이 경쾌했다. 회사를 곧 쉴거란 생각과 고민을 터뜨리고 난 후 느껴지는 희열감 같았다. 소문은 빠르게 나서 좋게 보아주시는 동료, 때로는 잘 놀고 오라시며 배아파하는 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