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을 끝내고
아내에게 '함께육아'라며 헛 공약들을 내뱉으며 지나가던 시간 속, 어느 덧 2016년 1분기도 지나갔다. 더 이상 미룰수 없다며 아내는 복직준비 및 밤톨이의 어린이집 등원도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에 적응토록 준비하고 있었다. 예민한 말들을 서로 아끼던 일상 속 5월 쯤 아내와 다시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아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었다. 그 동안 남자가 육아휴직을 낸다는 생각, 용기, 본사 우리 실에서의 첫 사례, 휴직 후의 내 삶, 내가 사라짐에 따른 업무공백, 우리집 경제적 문제 등 오만가지 잡 생각으로 촉발된 불면의 밤들.
우물쭈물한 난 자신감 없이 대답했다. 경제적인 건 일단 적게라도 육아휴직 수당을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으면 되었지만, 2005년부터 시작된 근로자의 삶이 중단되는 건 크나 큰 결단이 필요했다. 특히, 회사에 내가 없으면 큰일날 줄 알았던 당시의 나이기도 했다.
아내는 나에게 계속 용기를 주었다. 서로 뒤바뀌어 내가 주양육자로 연착륙하도록 아내도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고마웠고, 반년정도의 불면의 마지막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정장 스타일로 입어보며 분위기 전환도 하고, 큰 용기를 가지고 출근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그 날 할 것들을 정리하고, 빠르게 쳐낸 후 심호흡을 가다듬고 팀장님 앞에 갔다.
"팀장님. 저 개인적으로 면담드리고 싶은데요, 시간이 되실까요?" 이미 내 목소리는 살짝 떨려있었고,겨드랑이에는 긴장의 땀들이 마구 샘솟고 있었다.
"어! 한과장! 업무 애로사항이 많지. 회의실 들어가있게. 커피한잔 타갈께." 라며, 어느 덧 노랑 믹스커피를 뜨거운 물에 붓고 봉지로 슥슥 저으시며 두 잔을 만들고 계셨다. 회의실에 활짝 웃으며 들어오신 후 바로 내 옆에 앉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