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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Yang Jun 24. 2020

빵 굽는 여자

사워도우 만들기 Day-2 

집에만 있다보니 지루한 일상에 지쳐간다. 3월 중순부터 내가 살고있는 캘리포니아에는, 특히 엘에이엔 Stay-at-home order가 내려져 첫 한달은 거의 락다운 수준으로 병원과 마켓 종사자외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 있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학교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비지니스가 문을 닫고 조용히 집에서 이 무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나기를 소원했다. 한 달동안은 뒷마당에서 배드민턴도 하고 가끔 점핑잭도 살살 했으나 그것도 점점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 지고, 뉴스를 통해 점점 늘어나는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 숫자를 보며 집밖을 나서는 게 더욱 공포스러워졌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려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 노약자를 위해 양보하라는 문구를 접하고 나서는 마스크에 장갑을 끼고 이 주일에 한 번만 장을 보러 나섰다. 최대한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하며 정체모를 요리들을 만들어 먹고, 진짜 진짜 먹을 것이 없이 다 떨어졌을 때만 마켓을 찾았다. 아.....3개월 간 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것도 할 짓이 못되는 구나. 아침에 만들은 메뉴로 점심, 저녁까지 대충 떼우다가 배달되는 음식을 좀 시켜먹어보았다. 그런데 이것도 조금 무서워졌다, 요리하는 사람이 항상 코로나에 감염되었는 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뉴스에 나오는 요리사나 직원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음식점들이 문을 닫는 소식을 접하니 배달음식도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밥순이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컵라면을 좀 먹어볼까나, 컵 떡국도 있으니 이를 병행해가며 먹어보았다. 이것도 이주가 지나니 물리네, 이젠 빵을 좀 먹어볼까나? 아, 빵이 제일 간단하네...토스트에 잼도 발라먹고, 그릴드 치즈도 만들고, 햄이랑 샌드위치도 해먹고....빵도 매일 사다보니 좀 비싼데 밀가루에 베이킹 소다만 있으면 만들어 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몇 년 전부터 빵 굽는 거에 꽂혀 키친에이드에서 믹서기도 사고 밀대도 사고, 스캔터에 이것 저것 장비구입은 철저히 이미 다 준비되었다. 사자마자 한 두번 써보구 키친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먼지 쌓인 믹서기를 잠시 쳐다보았다. 갑자기 미안해지네....처음에만 이뻐라해주고 지금은 만지지도 않다니, 자주 애용해 줘야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24시간이 되어버린 나에게 14일간의 사워도우 starter 만들기에 도전!!


평소 내가 즐겨먹는 사워도우 재료를 살펴보니 2주에 걸쳐 만들어야 하는 starter(발효종)가 필요했다. 이 starter란 애를 만나려면 매일 매일 식물을 키우듯 물도 주고 밀가루도 계량컵에 재어 제대로 갈아줘야하고 끈질긴 인내심이 요구되는 지금 당장 만들어 낼 수 있는게 아니였다. 사워도우의 특징인 시큼한 맛을 제대로 내려면 이 starter란 애를 반드시 만들어야 했다. 물론 시중에 파는 이스트를 사서 만들어도 되는데, 이걸 사용하면 시큼한 맛이 제대로 나질 않고, 또 건강에도 그만큼 좋은 효능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과연 2주씩이나 기다림과 애정을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 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영국의 well-well-well.co.uk에 나온 article을 인용해 사워도우의 효능을 알려주려고 한다. 기나긴 발효과정을 지나는 동안 몸에 좋은 lactic acid bacteria라는 유산균이 만들어진다. 이는 입맛에만 좋을 뿐 아니라 몸에도 아주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있다. 우리가 인내심을 키우며 기다리는 동안 starter는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우리 몸에 좋은 착한 유산균으로 다시 태어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켓에서 파는 사워도우브래드는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사워도우가 아니다. 말만 사워도우이지 빨리 만들기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커머셜이스트, 식초, 요거트 등을 이용하여 몇 시간 만에 만들어내는 가짜 사워도우이다. 


2주 간에 걸쳐 태어난 starter를 이용해 만드는 사워도우는 과연 얼마나 좋은 효능을 가졌을까? 다음의 내용은 well-well-well.co.uk에서 발췌한 것이다. 첫째로 빵을 먹고나면 대체로 나타나는 복부 팽창을 피할 수 있다. 천천히 발효과정을 거치며 FODMAP(밀에 들어있는 몸에 천천히 흡수되는 탄수화물로 복부팽창, 변비, 설사, 또는 복부통증을 야기함)을 분해하여 소화가 잘되게끔 만들어준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FODMAP 식단을 이용한 다이어트가 유행인데, 다음에는 이것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한다. www.butterforall.com에 나온대로 어제(6월 22일)부터 나의 첫 starter를 시작해보았다. 어제는 영어로 올리고 오늘 한국판을 올려본다. 빈 병에 1/2 컵 (113g)의 물과 같은 양인 1/2 컵 (113g)의 밀가루를 섞어 뚜껑을 숨쉴 수 있는 거즈로 밀봉하고, 일회용 컵뚜껑을 덮었다. 처음에는 발효가 되어야하므로 입구를 꽉 막아버리지 말고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둘째, 많은 사람들에게 소화기능이 없는 글루텐을 소화가 잘 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글루텐은 보리, 밀, 호밀 등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로, 발효종을 만드는 동안 우리 몸에 흡수가 잘되도록 변한다. 이태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48시간의 발효과정만 지나도 마켓에서 파는 사워도우라고 파는 빵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기능을 가진 빵을 만날 수 있다.


셋째, 제대로 만들어진 사워도우는 종합비타민, 미네랄, 항산화기능을 지닌 훌륭한 식품이다. 긴 발효과정을 거치며 밀이 가지고 있는 영양소가 양적, 질적으로 풍부해지며 몸에 흡수가 잘되는 식품으로 새로 태어난다. 통밀자체가 비타민 B와 비타민 E, 항산화 작용을 지닌 식품이다. 일단은 집에 있는 하얀 밀가루로 만들었는데 다음에는 통밀로 만들어진 통밀가루로 도전해 봐야겠다.


넷째, 사워도우는 포만감을 주므로 덜 공복감을 느낄 것이다. 발효기간이 길어질 수록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해진다. 사워도우에는 내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전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 수용성 섬유질과 흡수가 잘 되지않는 전분이 우리에게 포만감을 오랫동안 유지해 준다. 긴 발효과정은 우리 몸에 탄수화물이 천천히 흡수되게 돕는 유기산을 만들며, 혈당량을 안정적으로 조절하여 에너지를 천천히 생성해준다.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하려니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느낌으로 전달이 되었길 바란다. 어쨋든 내가 만들은 정성이 들어 간 사워도우에는 마법이 걸린 활력소를 주는 수퍼 에너지 빵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오늘 다섯시에 다시 애정을 주며 갈아주려한다. 2주 동안 매일 부풀은 전 날의 starter를 반 씩 덜어내어 같은 양의 물과 밀가루를 주며 키워가는 거다. 쉽진 않겠지만 내가 선택한 고상한 취미이자 먹거리로 성공적인 사워도우를 만들 예정이다. 


집근처에 있는 몇 십년 된 라브레야베이커리의 사워도우브래드 맛이 예전같질 않네요. 내가 제대로 된 사워도우를 만들어 먹어보려고, 심심한 이 시기를 재밌게 이겨내 보려고, 넷플릭스, 유툽, 틱톡에 혹사된 나의 눈을 조금 쉬게하려고 시작한 빵굽기. 글쓰기는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쓰다보면 나아지겠죠? 그럼 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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