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냄새 1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휩쓴지 1년이 지났다. 손소독제와 마스크가 티슈만큼 흔한 가정용품이 되었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한다. 마스크를 쓰다보면 처음에는 답답하고 불편해서 오래 끼고 있기 힘들다. 시큼한 침 냄새도 기분이 좋진 않다. 아무리 방한효과와 보습효과라는 의외의 장점도 있다 해도, 쿰쿰한 냄새를 계속 느끼면서 생기는 불쾌감을 이길 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침 냄새보다 더 질 나쁜 냄새도 있다. 입 냄새다. 분명 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인데 이게 웬 하수구 냄새란 말인가. 잇새에 낀 음식물이 썩어가며 풍기는 이 습한 냄새를 맡는 순간 침 냄새쯤은 향기라는 걸 알게 된다.
사실, 나는 이 냄새를 아주 잘 안다. 내 엄마의 입 냄새다.
어릴 때 엄마에게선 심한 입 냄새가 났다. 엄마가 말할 때마다 뒤로 물러서게 할 만큼 느껴지는데 스스로는 못 느낄까,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엄마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곳에 같이 있으면,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길까 내가 더 신경 쓰이고 부끄러웠다. 말할 때 마다 보이는 엄마의 치아를 볼 때면 어른이라서 이도 큰 줄 알았다. 잇몸이 주저앉고 패여 뿌리가 드러나서인 걸 몰랐다. 엄마 입 냄새가, 치료를 놓친 상한 잇몸 때문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런데 특별히 상한 잇몸도 없는 나한테서 어떻게 기억 속의 엄마 입 냄새와 같은 냄새가 나는 걸까?
아마 세균 탓일 게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서로 살을 부비며 살다보니 같은 종류의 세균을 갖게 되었을 터. 그렇다면 이미 오래 전, 나도 내 아이에게 같은 세균을 옮겼을 거다.
마스크를 쓰고 퇴근하던 길,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잘 들려? 마스크 쓰고 있어서 잘 안 들리지? 그냥, 그냥 전화해 봤지. 요즘 치아 상태는 좀 어떠셔? 아이고, 그러게 언능 병원을 갔어야지. 나 돈 없어서 엄마 임플란트 못 해준다니까. 미리미리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치료해둬요. 나중에 고생하지말구. 몇 대나 안 좋은데? 넷? 어휴, 의사가 뭐래? 그냥 치료만 하면 된대? 알았어. 많이는 못 보태고 두 대는 내가 해줄게. 두 개는 아들한테 해 달라 그래. 알았지? 우선 내일 병원 꼭 가고. 나야 별일 없지. 알았어, 애들도 말짱해. 아 잘 챙기고 있다니까 그러네. 네, 알았어요. 내일 다시 전화할게요. 들어가세요. 추워요, 옷 잘 입고 다니세요. 네, 끊어요.”
마스크를 코끝까지 추켜올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다. 여전히 숨 쉴 때 마다 적나라한 입 냄새를 느낀다.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아이를 안고 온 얼굴에 뽀뽀를 퍼부어야겠다. 입 냄새 침 냄새가 범벅이 되도록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