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한다는 뜻으로 ‘개발에 땀 나 듯이’라는 관용구가 있다. 실제로 개 발에 땀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처럼 뛰어다니는 작은 아들은 양말이 물에 젖은 것처럼 젖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 이제 겨우 10살이 된 작은 아들이 스타킹과 구두의 이단 콤보를 장착한 나보다도, 하루 종일 운동화 신고 현장에서 일하다 돌아온 남편보다도 발 냄새가 독하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면 이렇게 심한 발 냄새가 나는 걸까 싶을 만큼 지독하다. 겨우 내 손바닥 크기밖에 안 되는 발바닥에서 나는 냄새가 이렇게 온 집안을 점령한다니, 네 살 위의 중학생 형의 사춘기 냄새도 이보다 강력하지 못하다.
어느 날 부터인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부쩍 냄새가 독해졌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발 냄새로 아이가 집에 있는 지 놀러 나갔는지 알 수 있었고, 차를 타면 운동화를 뚫고 올라오는 발 냄새로 돌아보지 않아도 아이가 왼쪽에 앉았는지 오른 쪽에 앉았는지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매일 깨끗하게 샤워하고 발은 발전용세제(발샴푸)로 따로 씻는데도 어쩜 이리 냄새가 심할까. 신기하게도 스스로는 자기 발 냄새가 안 느껴지는 지,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더랬다. 저 발로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온 날은 내가 더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또 발바닥은 말랑하고 깨끗하다. 굳은살도 없고 무좀도 없이 뽀얀 것이 깨끗한 발바닥에 오종종하니 붙어 있는 발가락 다섯 개가 꼭 팽이버섯 같다. 생긴 걸로는 입에 넣고 요리조리 굴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냄새는 하수구에서 3일 묵은 청국장 저리가라다. 운동화를 1주일에 한 번씩 빨아줘도 소용없고 새 운동화를 신고 나가도 단 하루면 냄새가 바뀌니 신기할 정도다. 아무리 생각해도 땀 말고 다른 원인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양말이 젖을 정도로 발바닥에 땀을 흘리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뛰어다니던 10살짜리는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부터 발 냄새를 풍기지 않게 되었다. 집 안에서 맨발로 생활하고 아래층에 피해 없게 살금살금 방에서 방 사이로만 다니니 발에 땀 날 일이 없다. 자연히 집안에 발 냄새라곤 퇴근 길 남편이 풍기는 살짝 구린 냄새만 남게 되었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뒹굴며 괴로워하는 작은 아들을 보고 있자니 발 냄새를 풀풀 풍기며 밖에서 뛰어다녔던 날들과 그 독한 발 냄새마저 그립기만 하다.
3월 한 달간 간신히 버텨 이제 4월 1일. 4월이 지나고 5월도 지나면 어느 적도지방의 정글로 변해버린 아이 운동화 속에서 습한 발 냄새가 피어오르겠지. 하루 종일 개 발에 땀나도록 돌아다니고 집으로 돌아와 양말도 벗지 않은 채 온 집안에 발 냄새를 묻히고 다녀도 웃음이 나오겠지. 그때가 되면 아이 발바닥에 코를 부비며 실컷 발 냄새를 만끽하고 싶다. 땀과 먼지와 꼬랑내 속에 솟아나는 짙은 활력의 냄새를 맡아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