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환자인가요

엄마는 없는 엄마의 세상

by 조유리

소위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은 단비와도 같다. ‘아이가 없어서’ 좋은 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좋다.


엄마가 다닐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기로 한 것은 아버지가 엄마로 인해, 필요한 경우에도 운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의를 중시하는 아버지는 엄마를 돌보느라 내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오지 못한 것에 엄청 안타까워하셨다. 아주 가끔 생기는 지인들과의 모임에도 참석 못 한지 오래이니, 답답하고 우울할 만도 했다.


주간보호센터는 한마디로 노인들의 유치원이다. 아침에 가면 초저녁에 돌아오고, 노래 교실이나 종이접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거리를 둘러보면 ‘주간보호센터’라고 쓰인 간판이 넘쳐난다. 그 많은 센터 중 어떤 곳을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물어봐도 특정 센터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온전히 이름만 보고 찾아간 첫 번째 센터에서는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마른 체구의 요양보호사가 우리를 맞았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이 사람의 날렵하면서도 바지런한 품새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어머, 우리 어머님 피부가 정말 고우시네! 누가 환자라고 보겠어요! 아유, 눈웃음도 완전 매력적이셔!”

우리 가족 성격과 맞지 않는 과잉친절이다 싶었으나 우리는 그곳에 엄마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상담을 마친 후 센터를 나오면서 아버지가 물었다.


“아까 한 할아버지처럼 멀쩡해 보이는 사람은 왜 저기 있는 거냐?”

사실 나도 센터를 둘러보다가 눈이 마주친 한 노인을 보고 그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겉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어 보여도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 이런 시설 요양을 선택할 수 있다.

“기억력이 안 좋은 치매인가 보죠. 깜빡깜빡하는 분이 혼자 있으면 가스불을 안 끄는 등의 일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야, 나도 맨날 깜빡깜빡하는데 요양원 가야 되냐?”

“에이, 아버지는 치매까지는 아니잖아요.”


사실 겉보기에 환자가 아닌 듯 보이는 분들이 꽤 눈에 띄었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했다. 난 일단 의심보다는 믿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엄마가 다닌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우리를 상담했던 요양보호사가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보호자님 안녕하세요, 어머님이 왜 이렇게 자주 돌아다니실까요?”

질문이 좀 이상했다. 엄마는 걸음이 불편하고 배회증이 있는 환자다. 그녀의 질문은 ‘어머님이 왜 환자인가요?’라고 묻는 말로 들렸다.


“네, 그게 원래 엄마의 증상이긴 한데요.”

“화장실도 참 자주 가시더라고요.”

“네, 그래도 조금만 도와주시면 혼자 보조기 끌고 가셔서 용변은 혼자 보실 수 있어요.”

“우리 화장실이 센터 내부에 없고, 상가 건물 복도로 나가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걸음이 불안한 어머님을 보호사가 매번 따라갈 수 없어요. 센터 안에서 다른 노인도 봐야 하거든요.”


그제야 나는 요양기관 선택 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요소를 하나 알았다. 일단, 센터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화에 매번 ‘환자니까 그러는 거니,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던 나는 반복된 그녀의 토로성 전화에 기분이 나빠진 어느 날, 다소 언성을 높여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길 원하시는 거예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머님을 싫어하세요.”


‘어머님, 다른 친구들이 아이를 미워해요.’

유치원 선생이 내 아이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분이었을까. 보호사의 마지막 말은 한 방의 어퍼컷과 같았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눈치 없는 보호자였을까. 그 보호사는 매번 전화를 끊을 때마다 ‘아직도 못 알아듣네’라고 뒷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절대 직접적으로 ‘나가 달라’는 표현은 쓰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가 질리도록 상황을 몰고 간 그녀. 나는 아버지와 상의해서 엄마를 퇴소시켰다. 그곳에 처음 간 날, 아버지가 “왜 멀쩡한 사람들이 거기에 있느냐”라고 한 말씀이 맞았나 보다. 그 센터엔 그렇게, 보호사들이 적당히 돌보기 쉬운 환자만 받았나 보다. 그들이 정말 깜빡깜빡하는 경미한 치매 증상이라도 있는 환자들이 맞는지는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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