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엄마는 없는 엄마의 세상

by 조유리

“왜 어머님을 요양원에 안 모셔요? 그게 답인데.”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 상사의 말이다. 내가 엄마의 상태를 말한 사람에게 들은 반응 중 가장 심플한 대답이었다. 아무리 말이 쉽다고는 하지만, 이건, 말 중에서도 너무 쉽다.

주변에서 요양원에 가고 싶다고 말한 노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상을 떠나시기 얼마 전 시아버님을 잠시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어머님은 그걸 그렇게 후회하셨다. 주변에서 경험담을 들어도 요양원이란 절대 못 갈 곳이고 집에서 잠드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몇 번을 강조하셨다. 실제 요양원이란 곳이 모두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노인분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얘기는 그런 듯했다.

한창 엄마의 증세가 심해지고 아버지마저 힘들어하시면서, 내가 직접 모셔야하나, 그러면 남편은 또 얼마나 불편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에 내 앞에서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는 통에, 나는 순간적으로 욱해서 야멸차게 말한 적이 있다.

“에고, 어머님, 그럼 어쩔까나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치매인 우리 엄마, 사위 보고 모시라 할까요?”

어머님은 당황하시며 입을 다무셨다. 정말 돼먹지 못한 며느리다.

엄마는 첫 번째 센터와 비슷한 스타일의 – 직접적으로 나가라고는 안 하지만 다른 환자들에게 방해된다고 돌려 말하며 퇴소를 종용하는 – 두 번째 센터에서 역시나 한 달도 안 되어 퇴소했다. 이 세상 모든 요양기관들이 이런 식인가, 좌절할 무렵 소개를 받아 알게 된 세 번째 센터에 엄마를 입소시켰다. 앞선 두 곳과 달리 헌신적으로 엄마를 돌봐준 이곳에서 엄마는 2년여 시간 동안 잘 적응하고 다녔다.

그럼에도 우린 아버지가 걱정이었다. 엄마의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고 화장실 실수도 잦았다. 그런 60대 중반의 엄마를 돌보는 아버지는 이미 70대 중반이었다. 엄마의 지병이 없었다면 우리는 당연히 엄마보다 아버지의 건강을 먼저 걱정했을 것이다. 아픈 할머니를 돌보다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외할아버지는 가족 모두에게 트라우마였다. 아버지는 언제부턴가 새벽잠을 설쳤고 아침에 엄마를 센터에 보낸 후에야 피로에 젖어 깊은 낮잠에 빠지셨으며 그러다 센터에서 돌아오는 엄마를 제 때 마중 나가지 못할 때도 많았다.

자연스럽고도 조심스럽게, 엄마를 24시간 숙식하는 요양원에 입소시키는 일이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엄마 입장을 생각하면 과연 그런 생각을 해도 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는 일. 말은 쉽다. 하지만 결정은 그렇지 않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왜 부모를 직접 돌보지 않고 요양원에 보내냐’고 쉽게 비난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가족 입장에서 생각하면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오빠와 나는 이 사안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하지만 엄마를 요양원에 완전히 입소시키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던 우리도 반대로 자식으로서 부모를 직접 모시는 것 또한 조심스러웠다. 욱하는 효심으로 병든 부모를 집에 모셨다가 다시 번복한 사례를, 가까운 주변에서도 많이 들었다. 우리 서로, 쉽게 장담하지 말자고 했다. 각자의 배우자와 자식들이 있는 상황에서 부모님에 대한 치기 어린 효심으로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이지는 말자고 했다. 이렇게까지 이성적인 우리였지만 사실 확신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엄마를 직접 모시다가 그나마 남아있는 부모에 대한 애틋함마저 사라질까 봐. 애틋함이 뭐라고,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때는 그게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24시간 요양원을 직접 알아본 것은 얘기가 나온 지 한참 뒤였다. ‘아무리 환자라도 같이 있는 게 낫지, 혼자 살면 무슨 재미냐’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가 언젠가부터 요양원 얘기에 침묵으로 동의하시게 되자, 나는 엄마가 다니는 주간보호센터에 물어보았다. 혹시 그 센터 원장이 아는 곳 중 엄마가 적응하기 좋은 24시간 요양원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원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우리 센터에서도 24시간 요양을 하는데요.”

아, 등잔 밑 얘기는 이럴 때 하는 거다.


“그래요? 빈자리가 있어요?”

“네, 한 분 더 모실 수 있어요. 어머님이 다른 곳에 가시는 것보다는 저희 센터에서 모시는 것이 제 마음도 편할 것 같아요.”


2년여 동안 엄마를 잘 돌봐 준 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본인에게 익숙해져 있는 환자가 다른 곳에 가면 불안하겠다는 말. 정말 가족보다 더 낫다는 생각에 진정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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