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머님을 요양원에 안 모셔요? 그게 답인데.”
그 질문에 ‘땡!’이라고 아주 세게 오답 벨을 치고 싶다. 아픈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과정과 모신 후까지, 이게 답이었다고 생각될 만큼 해결된 것은 없었다.
“말도 마. 그때 엄마를 요양원에 내려다 놓고, ‘이제 여기서 지내는 거야’라고 말하고 집에 오는데 엄마가 엉엉 울면서 따라오겠다고 하는 거야. 나랑 우리 언니랑 막 눈물 흘리고 어쩔 줄 모르는데 형부가 나서서 어머니를 달래고는 헐레벌떡 차를 몰고 돌아왔지 뭐야.”
엄마가 지낼 24시간 요양시설에 대해 고민을 한참 하던 시기, 먼저 경험을 한 지인의 얘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긴 해도, 실제 엄마를 그런 식으로 떼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용납이 안 되었다. 모르겠다. 어차피 시설에 모시기로 했으면서 효자 코스프레한다고 누군가 비난할지도. 하지만 이건 효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내 마음이 아프기 싫어서, 내가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원래 이용하던 주간보호센터에서 그대로 24시간 보호로 전환하는 것에는 그런 장점이 있었다. 그냥, 보통날처럼 아침에 엄마를 센터로 보냈다가 저녁에 데려오지 않으면 되었다. 엄마는 왜 집에 안 가는지 궁금해하겠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내 눈 앞에서 집에 가겠다고 떼쓰는 엄마를 마주할 자신은 도무지 없었다. 정말 엄마를 위해서가 내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는 요양원 원장과 치밀히 계획했다.
“원장님, 오늘부터예요. 오늘 저녁에 엄마, 집에 안 데려다주시면 돼요.”
엄마는 저녁 시간이 되자 평소처럼 집에 갈 채비를 하려는 듯 센터의 현관 앞에 제일 먼저 와서 앉아계셨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 오늘 집에 안 가는 거예요.”라고 말했을 때 어리둥절해하며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던 엄마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래도 침대에 들어가 잘 주무셨다고 했다.
“어머님 윷놀이하셨어요.” “어머님 나훈아의 ‘사랑’이랑 ‘영영’ 부르실 때 너무 좋아하세요.”
“설날에 유과 보내주신 것 어르신들이랑 잘 나눠먹었어요. 감사해요.”
원장은 설명을 덧붙여 엄마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보내왔다. 핸드폰 속 엄마의 모습만 보면 안심이었다. 그런데 일단 입소를 시키고 나니 언제 엄마를 보러 가야 할지가 문제였다. 엄마가 가족을 만나거나 집에 잠시 오면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할 것 같았다. 병이 난 뒤 어린아이 같아진 엄마지만 가끔 상황 파악을 다 한 뒤 멀쩡한 소리를 하고 말길을 다 알아들으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을 때도 있으니 엄마가 만약 다시 요양원에 안 간다고 고집을 피운다면 그 태도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스러웠다.
“일단 한 달 정도는 안 오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머님이 여기에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요.”
원장이 권한 이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일단 엄마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겠다고 하고 우리 가족은 한 3주 동안 엄마를 찾아가지 않았다.
엄마의 병원 정기 진료를 위해 처음 찾아갔을 때, 엄마는 반갑게 웃으면서도 나를 툭 때렸다.
“어머, 엄마, 나 왜 때려? 그동안 안 와서 서운했어?”
“그래”
엄마의 분명한 대답에 가슴이 찌릿, 아파왔다.
병원 진료 내내 엄마의 표정은 밝았다. 나온 김에 아버지와 나, 엄마는 외식도 했다. 그렇게 첫 외출을 마친 후 요양원으로 다시 가는 길,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병원에서 요양원으로 가는 길에는 어쩔 수 없이 친정집을 먼저 지나야 했다. 엄마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집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집을 지날 즈음에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곳이 집인 줄 똑똑히 알고, 거기서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차가 집을 지나쳐 요양원으로 바로 향하자 엄마는 운전하는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집에 가!”
난 이 상황을 예상했고, 정말 난감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엄마, 이제 엄마 요양원에서 지내야지. 거기서 잘 돌봐주잖아.”
“집에 가, 내려!”
난 운전하는 앞쪽 길과 보조석의 아버지를 번갈아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기어코 아버지가 뒷자리의 엄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요양원에 가서 잘 있어. 또 나중에 데리러 갈게!”
나는 요양원에 미리 전화를 해서 마중을 나와 달라고 말했다. 요양원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보호사에게 엄마가 앉은 휠체어를 넘겼다. 엄마는 삐친 기색을 얼굴 가득 담은 채 보호사에게 이끌려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를 댁에 내려드린 뒤, 나는 심란한 마음에 흔들리는 운전대를 질끈, 움켜잡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