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엄마를 분실하다

by 조유리

1월 16일.


다음 날, 오빠와 함께 요양원으로 향했다. 전날, 병원에 있던 내게 엄마의 상태를 물어보러 전화한 요양보호사 팀장은 “요양원에 오시면 원장이 CCTV 영상을 보여줄 거예요.”라고 말했었다. 나는 오빠와 함께 진상조사를 하러 간 것이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요양원 대표와 원장, 그 맞은편에 나와 오빠가 앉았다.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오빠였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대표와 원장은 ‘죄송합니다’라고 작게 말했다.

“죄송해서 될 일이 아니잖습니까? 어떻게 책임지실 거예요?!”

“…….”

“저희가 이 요양원에 어머님을 1년 반 정도 보냈는데, 평소에 어머님이 식탐이 있고 음식을 씹기도 전에 또 먹을 것을 자꾸 입에 가져간다는 거, 알고 계시지 않았어요?”

“네, 그렇죠. 그러셨죠.”

“그런데 이렇게 된 건, 제대로 지켜보지 않으셨다는 거잖아요?”

“…….”

“응급처치는 제대로 하신 거예요?”

“네네, 제가 간호사 출신이고요, 응급처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사건을 듣자마자 달려와서 막 하긴 했는데….”

그 자리에서 원장이, 본인이 응급처치를 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데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물론 그들의 태도는 나쁘지 않았다. 변명하거나 적반하장의 기미는 없이 모든 것을 시인하며 잘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보고 화가 풀리기에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너무나도 컸다.

“왜 갑자기 떡을 먹이신 거예요?”

내가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떡은 노인들에게 정말 위험할 수 있는 음식인데 정말 왜 갑자기 떡이었는지, 나는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새로 입소하신 환자의 보호자분이 사 오셨거든요.”

헉. 그 보호자는 알까? 자신이 사 온 떡 때문에 사람이 죽게 생겼다는 것을. 노인들에게 떡이 얼마나 위험한 음식인 줄 모르고 사온 생각 없는 보호자나, 외부에서 갑자기 들어온 음식을 간식으로 펼쳐놓은 요양원이나 다 기가 막혔다. 응급처치를 잘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필요도 없었다. 부주의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더 이상 따져 묻는다고 해결될 것도 없기에, 바로 CCTV 영상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들은 컴퓨터가 있는 다른 방에서 보여주겠다며 분주히 준비를 했다.


“어휴, 내가 저걸 어떻게 봐….”


그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화면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혼잣말을 내뱉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일 텐데, 차마 어떻게 봐야 할지 몰랐다.


요양원 거실에서 노인들이 떡을 먹고 있다. 노인들은 모두 TV 쪽을 바라보고 요양보호사는 그 노인들의 뒤쪽을 서성거리며 다 먹은 접시를 치우곤 한다. 노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호사가 볼 수 없는 배치다. 보호사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노인들 근처에 있지 않다.


가장 늦게까지 먹는 것이 엄마다. 하나, 둘, 세 개를 순차적으로 꾸역꾸역 먹는다. 딱 봐도 입에 꽉 차는 크기의 떡이다. 떡을 자르지도 않고 준 것이다.


다 먹고 나서 약 20초 정도 뒤, 엄마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조금씩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두리번거린다. 테이블에는 물도 없다. 보호사도 주변에 없다.


“어떡해, 물을 찾는데,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네, 어떡해!”


화면을 보는 내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10여 초 뒤, 엄마는 몸을 점점 더 크게 들썩인다. 표정이 상당히 일그러져 있다. 조금 뒤 엄마 앞으로 보호사가 지나가지만 엄마 상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보호사를 처량하게 바라보지만 원래부터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엄마는 이미 말도 못 하고 손짓도 못할 정도로 힘들다. 나는 엄마 모습이 안타까워, 입을 틀어막는다.


이후 엄마 표정은 더 안 좋아진다. 불편함에 어쩔 줄을 모르고 휠체어 팔 받침을 누르며 몸을 꿈지럭 댄다. 그게 엄마가 휠체어 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몸부림이다. 바로 앞에서 그릇을 걷어가지만 엄마의 불편함을 전혀 감지 못하는 보호사. 좀 더 지나자 엄마는 더 괴로워하며 몸을 앞으로 기울여본다. 그러다 반대로, 몸을 젖혀 등을 휠체어 등받이에 두어 번 치면서 괴로워한다. 숨이 거의 막혀가는 듯하다. 마침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너무도 괴로워 몸을 바르르 떨다가 결국, 앞으로 고개를 떨군다. 그렇게 엄마가 정신을 잃었다. 떡을 다 먹은 지, 2분 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이미 엄마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장면에서부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떡해, 엄마 힘들어하는 것 좀 봐. 어머, 보는 사람이 저렇게도 없어! 엄마 너무 힘들다, 어떡해, 어떡해, 악!”

엄마가 정신을 잃는 장면에서, 나는 소리를 꽥 질러 버렸다. 그리고는 이후 장면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바닥을 탕탕 치며 큰 소리로 오열하기 시작했다.


“엉엉, 어떡해, 엄마, 어떡해. 엄마가 이렇게 가면, 나는 어떡해!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내가 엄마를 이렇게 보내고 내가 어떻게 살아!!! 엄마, 나에게 이러면 안 되지. 엉엉. 엄마, 내가 미안해서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가면 어떡해! 응? 응? 내가 그랬잖아. 제발, 갈 때만은 편안히 가자고. 이제껏 아픈 세월이 몇 년인데, 갈 때마저 저렇게 가면, 내가 죽어서도 나중에 엄마를 어떻게 봐요?? 응? 응? 나 이제 어떡해!!!! 엉엉”


엄마가 정신을 잃은 후, 수 분이 지나서야 보호사가 엄마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또 원장 등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느라 또다시 더 시간을 지체한 뒤 구급대원까지 와서 난리법석을 떨며 응급조치를 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나는 다 소용없다 싶었다. 엄마의 목에서 떡은 나오지 않았고 목이 꽉 막힌 상태인 엄마는 아무리 심폐소생을 해도 숨을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닥에 앉아 멈추지 않는 울음을 감당하느라 이후의 장면에는 그저 틈틈이 눈길을 주었을 뿐이다. 옆에 있는 책상과 바닥을 손바닥으로 쾅쾅 치기도 했다. 나도 내 몸 밖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큰 울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오빠는 엄마가 정신을 잃는 순간을 보며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이성을 잃었다. 바닥에 주저앉자 우느라 나는 제대로 못 봤지만 의자를 내던지고, 테이블을 꽝꽝 치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뭐? 응급처치를 곧바로 했다고? 저렇게 오랫동안 눈치도 못 채고 방치했으면서, 바로 했다고? 다 거짓말이잖아! 이 살인자들! 당신들 각오해. 내가 다 콩밥 먹일 거야!!”


오빠는 바로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는 출동한 경찰에게 CCTV를 같이 보자고 했다. 경찰은 조용히 화면을 보면서 “어휴, 아무도 안 보네. 에고, 알아차리지도 못하네.”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나는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며 계속 눈물을 쏟아내는 동안에도 경찰이 온 것을 보고 그로 인해 모종의 조치가 취해지리라는 기대를 어렴풋이 했는데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나중에 오빠에게 물어보니, “빨리 고소하라”는 말만 남기고 경찰은 사라졌다고 한다.


내가 오열한 것이 한 시간이 넘었던 것 같다. 아니, 두 시간이 다 된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나는 평생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큰 소리로 울어본 적이 없었고 나중에 힘이 빠져 울음이 멈추긴 했지만 이후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기에 시간 개념도 전혀 없었다.

단지, 그렇게 한참을 크게 오열해놓고도 내가 쓰러지거나 병원에 실려 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며, 나중에서야 내가 평소 생각해 온 만큼 저질체력은 아니었던 건가 혼자 반문하며 헛헛한 실소를 내뱉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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