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려고

엄마를 분실하다

by 조유리

1월 17일.


<요양원 과실치사에 대해 즉각적인 형사처벌 및 즉각 폐원 가능한 제도 마련 촉구>


현재 만 72세인 저희 어머님은 지난 10여 년 동안 뇌경색과 뇌출혈에 이어 치매를 앓으시며 장기요양등급 3등급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하시고 계셨습니다. 엄마의 가장 두드러진 치매 증세는 식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무조건 입에 넣으려 하므로 음식을 먹을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상입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1월 15일, 요양원에서 간식 시간에 제공한 떡을 먹고 질식한 어머님은 1시간 여 동안의 심정지를 겪고 현재 뇌사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입소한 지 약 1년 반 경이되어 엄마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요양원 측에서,


- 정교하게 씹는 것이 불가능하고, 과도한 식탐 증상이 있는 치매 노인에게 잘게 자르지도 않은 떡을 제공한 것,
- 떡을 먹는 동안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것.

- 엄마가 호흡 곤란으로 힘들어하는데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물을 제공하는 등의 원활한 섭취를 돕는 처치를 하지 않은 것.

- 엄마가 의식을 잃은 지 수분이 지나서야 응급 처치에 들어간 것.

등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과실이 CCTV 확인을 통해 상당 부분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처리를 받을 수 있는지 건강보험공단과, 요양원 감독 기관이라는 시청에 문의하였으나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고소를 진행하거나 요양원이 배상 보험을 들어 두었을 테니 보상을 받도록 해보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고소도 진행할 예정입니다만,

이런 사고가 생겼는데도 조사를 나오는 관리 감독 공무원 하나 없고, 경찰이 와서 사실 확인을 하면서도 즉각적인 형사 입건 없이 ‘개인적으로 고소하시라’며 물러나는 현실이 기가 막혀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중략) 만약 저희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다면 이 요양원은 계속해서 영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말로만 ‘치매 노인을 나라가 돌보겠다’고 하지 마시고

- 현재 있는 요양원들의 비용 외적인 부분의 실태 조사와 관리 감독부터 강화해주십시오.

- 서비스와 돌봄, 보호자와의 관계 조정 역할을 하는 담당 부서를 신설해주십시오.

- 과실치사에 대한 즉각적인 형사처벌과 폐원이 가능하게 해 주십시오.

갈수록 노령화되는 사회입니다.


치매 노인도 늘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언젠가는 늙고 병듭니다. 제발 편안히 부모를 모실 수 있고 두려움 없는 노년을 기대할 수 있는 나라 만들어주세요. 작은 제도부터 개선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언제까지 어떻게 연명치료를 할지, 앞으로 요양원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 우리 가족은 제발 누구 한 명의 꿈에라도 엄마가 나와 주어 길을 알려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꼭 엄마가 등장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라도 모종의 암시가 있는 꿈을 뚜렷하게 꾸어서 그 어떤 가이드라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탄하며 말하곤 했다.


그런데 꿈은 개뿔, 잠을 제대로 자야 꿈을 꿀 것이 아닌가. 요양원에서 몸을 뒹굴며 그렇게도 심하게 오열을 하고 집에 돌아와 놓고도 12시가 다 되어 잠든 나는 새벽 3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좀 더 자야 하는데’라고 조급해하며 한동안 뒤척이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CCTV 화면 속에서 엄마가 괴로워하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어제 내가 요양원 바닥에 앉아 그렇게도 외쳐댔던 말, “이렇게 가면 어떡해, 엄마!”가 조용히 되뇌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뭐라도 해야 해.’

나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방에서 나와 거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뭘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먼저 ‘청와대 국민 청원’을 생각해냈다.


글을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하며 소식을 알렸다. 나의 메시지를 받아본 이들은 다들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하며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청원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몇 친한 지인들은 직접 전화를 걸어 주기도 했다. 그들은 ‘힘내’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사방에서 답이 온 메시지 내용도 비슷했다. 모두 다 ‘힘내’라고 말했다. 나는 평소에, 이 단어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단어인지 모르고 살아왔던 듯했다. 다른 때 같으면 그저 상투적인 위로의 말이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이 ‘힘내’라고 말하는 짧은 표현에 실제로 나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안타깝다’고 공감해주고 ‘얼마나 힘들겠냐’며 위로해주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연이은 인사는 이번에는 절대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정말 힘이 났다.


그제야 나는 꿈에 엄마가 안 나타나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했다. 꿈은커녕 연달아서 계속 새벽 3시에 눈이 번쩍 떠지는 것은, 다름 아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신호였을 거다. ‘어디 한가하게 잠이나 자고 있냐’고 엄마가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궁지에 몰리니 이런 억지스러운 믿음도 타당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 더더욱 잠을 푹 자려는 노력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무언가 해야 한다. 세상에 우리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무언가 해야만 한다. 내 머릿속은 오직, 그 생각만으로 꽉 채워지고 있었다.

이전 22화CC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