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라며 키링을 골라보라며, 우스꽝스러운 인형 사진을 보내온 동생. 심지어 국제전화를 걸어 꼭 고르라며 재촉한다. 언제나처럼, 여러 사람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나는 그 마음이 가벼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어느 계절의 한가운데에 오래 머무는 공기 같은 것임을 안다. 이렇게 무심한 듯 건네는 애정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 달력을 펼친 1월도 어느새 손때가 묻어가고,
빈칸을 채워나가는 사이 시간은 저만치 흘러간다. 겨우내 얼어 있던 마음도 차츰 풀려나고,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작은 온기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겨울 한가운데지만, ‘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막연함 투성이인 세상에서 그래도 하나쯤은 예측 가능한 일이 있다는 것. 아무리 긴 겨울도 결국 끝이 난다는 것. 봄은 어떻게든 오고야 만다는 것.
그러니 지금은 이 계절을 지나가는 일에만 충실하기로 한다. 불광천을 달리며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 한구석을 조금 비워내고, 그 안에 새로운 기대를 조심스럽게 심어 본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자연스럽게. 어느 날 문득, 우리가 다시 봄을 맞이하게 될 때쯤, 이 겨울도 그리운 계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상투적인 말이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나 말고 누군가의 복을 빌어줄 수 있을까요.
봄은, 어떻게든 오고 말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