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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마 Jul 22. 2024

김범준의 물리 장난감

일상 속 사물들에서 찾은 신기한 과학 원리

플라스틱 새의 부리를 손가락 위에 올리면, 까딱까딱 움직이면서도 한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는 장난감이 있다. 흔들리면서도 혼자 중심을 잡는 새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고 기특하다. 오른쪽으로 쏠린 시계추는 왼쪽으로 당기는 힘을 받는 법이다. 흔들림을 통해 새는 중심을 잡아간다.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좌우 날개를 쓰지 않고, 중심을 무겁게 하는 건 어떨까? 무게 중심은 잡히겠지만 시계추의 진자 운동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중심이 무거워진 순간 떨림은 사라진다. 시대와 상황이 바뀌어도 별 떨림 없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나는 시계추가 멈춘 시계를 믿지 않는다.


질량이 있는 줄의 양 끝을 잡고 늘어뜨려 역학적 평형을 이룬 상태를 만들 때, 줄이 보여주는 곡선을 현수선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 골든게이트와 부산 광안대교는 대표적인 현수교다. 아래로 드리워진 현수선이 제자리에서 역학적 평형을 이루는 이유는, 중력과 줄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물체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더해서 그 총합이 0이 되면, 물체는 계속 그 위치에 머문다.


역학적 평형 상태는 하나의 위치에 고정된 정지 상태와는 다르다. 외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떨림을 이어가며 무게 중심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팽이의 회전이 정점에 이르러 가장 꼿꼿이 서 있는 때를 일컬어 졸고 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리학에서는 Sleeping Top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김범준의 물리 장난감>에는 일상 속 장난감에서 찾은 신기한 과학 원리 25가지가 쉽고도 제대로 소개되어 있다. 생각해 보면 장난감을 손에 쥐었던 그 시절 나는 진지했고, 열심이었고, 재밌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 손은 먼지와 때가 묻고 녹슬었다. 다시 만난 물리 장난감. 무엇보다도 저자 김범준은 물리 원리가 적용된 간단한 장난감을 모아 교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하고,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장난감 컬렉셔너 김범준은 그 시절 나를 되살려주었다. <김범준의 물리 장난감>,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실험하고 장난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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