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누구를 부수는가

II. 쓰기의 물리

by leehyojoon ARCH

II. 쓰기의 물리

침묵은 누구를 부수는가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있을 때 그 침묵은 누군가에게 유리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한쪽은 강해지고 한쪽은 약해진다. 침묵은 권력의 분배 장치다.


더 강한 쪽의 침묵은 명령이다.


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압력이 된다.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덜 강한 쪽은 그 무게를 견딘다. 견디다가 무너지거나. 견디다가 먼저 말하거나. 먼저 말하는 쪽이 진다. 침묵을 깬 쪽이 약해진다. 그것을 둘 다 안다.


그래서 침묵이 유지된다.


더 강한 쪽은 말할 필요가 없다. 침묵이 이미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나는 이 침묵을 견딜 수 있다. 너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침묵을 쓰지 않는다.


덜 강한 쪽의 침묵을 쓴다. 이쪽이 더 위험하다. 이쪽이 더 불안정하다. 왜냐하면 덜 강한 쪽의 침묵은 여러 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순응일 수도 있다. 저항일 수도 있다. 계산일 수도 있다. 체념일 수도 있다. 독자는 알 수 없다. 그 알 수 없음이 걸린다. 침묵이 반복되면 그 알 수 없음이 구조가 된다. 장면은 안정되지만 완전히 굳지는 않는다.


작은 저항이 거기 있다.


앞 글에서 나는 그것을 목록으로 썼다. 말하지 않음. 시선이 정확히 맞지 않음. 손의 힘이 아주 조금 덜 실림. 호흡이 미묘하게 어긋남. 몸의 각도가 완전히 복종적이지 않음. 그것들은 반항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한 순응도 아니다. 작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


여기서 더 들어간다.


그 저항이 어디서 오는지 나는 묻지 않는다. 의도에서 오는 것인지. 두려움에서 오는 것인지. 오래된 습관에서 오는 것인지. 묻는 순간 상태가 원인이 된다. 원인이 생기면 저항은 설명된다. 설명된 저항은 힘을 잃는다. 독자가 이해하는 순간 긴장이 풀린다.


그래서 나는 출처를 쓰지 않는다. 상태만 쓴다.


손의 힘이 3% 덜 실려 있다. 이것은 측정 가능하다. 측정 가능한 것은 해석이 아니다. 상태다. 상태는 여러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 그 여러 방향이 열려있을 때 장면은 살아있다.


그 작은 저항이 양쪽을 흔드는 방식은 다르다.


더 강한 쪽이 흔들리는 것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다.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침묵을 장악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덜 강한 쪽의 침묵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그 모름이 축적된다. 통제의 확신이 조금씩 빠진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더 강한 쪽 스스로가 가장 늦게 안다.


덜 강한 쪽은 다른 방식으로 흔들린다.


저항하는 것인지 순응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모른다. 처음에는 저항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관성이었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체념이었는지도 모른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자기 자신이 흐려진다. 이 침묵이 내 것인지 그의 것인지도 불분명해진다. 호흡이 고르지 않다. 시선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한다. 그 흐려짐 안에서.


침묵은 양쪽을 부순다.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그러나 둘 다 부순다.


그 틈을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는 순간 저항은 의도가 된다. 이 사람은 이런 이유로 저항한다. 이 침묵은 이런 의미다. 그 설명이 들어가면 독자의 해석이 고정된다. 나는 고정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관측값만 남긴다.


눈을 감는 시간이 길어진다. 대답이 한 박자 늦어진다. 이것은 측정 가능하다. 측정 가능한 것은 해석이 아니다. 상태다. 상태는 여러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 그 여러 방향이 열려있을 때 장면은 살아있다.


침묵이 깨지면 어떻게 되는가.


깨지는 순간 권력이 재배치된다. 누가 먼저 말하는가에 따라. 더 강한 쪽이 먼저 말하면 불안을 인정하는 것이다. 통제를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덜 강한 쪽이 먼저 말하면 저항을 포기하는 것이다. 침묵 안에 있던 그 작은 것을 놓는 것이다.


그래서 침묵이 유지되는 한 장면은 살아있다.


침묵이 깨지는 순간 결말이 온다. 나는 결말을 늦춘다. 침묵을 오래 유지한다. 그 오래 유지되는 시간 동안 양쪽이 부서진다. 독자도 부서진다. 이것이 순응인지 저항인지 알 수 없어서. 이 침묵이 언제 깨질지 알 수 없어서.


침묵은 누구를 부수는가.


양쪽을 부순다고 쓰고 나서 멈춘다. 그것이 맞는지 모른다. 어쩌면 한쪽만 부수는 침묵도 있다. 어쩌면 아무도 부수지 않는 침묵도 있다. 나는 내가 쓰는 침묵 안에서 그것을 매번 찾는다. 이 침묵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척하는 것이 양쪽인지 한쪽인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아직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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