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3) 3화

당신의 탓이 아니다

by 정작가


네 번째 게임이 끝나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진행요원들은 몇몇 그 정체를 드러낸다. 이들은 모니터로 경기 관전하는 것을 넘어 직접적으로 게임 운영에 참가한 VIP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게임 참가들은 그저 감각적 쾌락의 원천을 제공해 주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게임을 통과한 이들은 숙소로 돌아오고, 이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이 발생한다. 죽은 타노스에게서 십자가 목걸이의 약을 취했던 남규는 그것이 분실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약에 의지해 살았던 그는 금단현상에 약을 잃어버린 것에 분노하며 게임 진행요원들에게 어필을 해보지만 이내 묵살당한다. 이런 상황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게임 참가자인 이다윗이다. 이다윗은 게임 과정에서 다소 소극적인 참가자로 등장하지만 남규에 의해 숙소에서 게임 참가자였던 한 여자의 살해 장면을 목격한 후, 정신적인 충격을 거치면서 성격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극한 상황에서 게임을 경험하는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릴 가능성도 커진다. 이다윗은 소극적인 성격의 캐릭터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거치면서 어떻게 성격이 변해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당신의 탓이 아니다> 편에서 등장하는 김준희가 출산한 아기는 죽음을 건 게임이라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맞이한 생명이지만 그것은 축복이라기보다 오히려 비극적인 전조로 여겨진다. 게임에서 김준희와 아기를 살리기 위해 자기 아들을 죽인 강애심이 게임 참가자들에게 제발 게임을 멈추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또한 갓난아기에 대한 운명이 자기 아들처럼 비극적인 결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고, 절망한 그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음으로써 지난한 생애의 마침표를 찍는다. 오징어게임 시즌1에서도 부부로 게임에 참가했던 한 남자가 게임에서 아내를 잃고 스스로 숙소에서 목숨을 끊게 되는데 이번 편에서도 그런 상황은 그대로 재현된다.


이번 회차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극의 전개를 위해 그동안 작가가 감추었던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최우석은 결국 박선장의 실체를 파악하여 황준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황준호 또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그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또한 오징어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섬을 발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황준호는 결국 시즌1에서 자신의 형인 프런트맨에게 총을 맞고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되었던 장소를 찾는 데 성공한다. 게임 진행요원인 강노을이 놀이공원에서 인연이 되었던 박경석을 구하기 위해 부대장과 딜을 하게 되는 장면은 철옹성 같았던 게임의 왕국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극에서는 종종 곤란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갖가지 고난을 이겨내고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다섯 번째 게임에서 성기훈이 거대한 줄넘기를 넘기 위해 아기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상황을 돌파하는 장면의 그의 영웅적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기의 친부인 이명기가 게임에 함께하는 와중에도 성기훈처럼 절박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은 김준희가 왜 그토록 그를 신뢰하지 않는지 잘 보여준다.


<당신의 탓이 아니다> 편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사안들을 병렬식으로 배치하여 극의 흐름을 빠르게 전개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점은 오징어게임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전개 방식은 시청자가 대략적으로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로 출발하기 때문에 몰아보기가 가능한 OTT 방식에서는 유효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기존의 공중파나 영화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았던 극의 전개 방식 또한 새로운 매체의 특성에 맞춘 스타일의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시청자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비칠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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