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미셸 루트번스타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에코의서재

by 정작가


<생각의 탄생>은 ‘생각’을 생각한 책이다. 인간의 고차원적인 의식의 흐름인 생각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는 인간에 대해 접근하는 것은 어쩌면 지식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코스가 아닐까 싶다. 추천의 글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석좌 교수가 내뱉은 탄성의 말 또한 이런 맥락에서 생각의 가치를 더욱 고양시키게 한다.


저자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창조적으로 생각하기’를 위해 기획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창조적 생각을 위한 13가지 도구를 다룬다.


‘관찰’은 생각의 여러 도구들 중에서 가장 생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찰은 현상에 대한 주위 깊은 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예술가들에게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시각을 매체로 하는 예술가인 화가는 물론 청각을 주로 활용하는 음악가들에게 있어서도 관찰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그냥 듣는 것’과 ‘주위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한다. 이것은 관찰에 대한 명료한 해석이라 할 만하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관찰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지식으로 축적하는 과정은 생각의 작용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정보의 습득은 비단 시각적인 것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각은 물론 촉각, 미각 등 공감각적인 요소가 배합되어 정보를 인식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축적하게 되는 것이다. 연극연출가인 콘스탄틴 스타니스라브스키가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부딪치는 모든 것들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공감각적인 관찰을 통한 정보의 습득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관찰의 대상은 특정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상에 펼쳐져 있는 모든 사물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생활하면서 주위에서 펼쳐지는 현상들에 대해 촉수를 들이대듯 관찰하는 습관을 통해 흔히 보아오던 것들에서 새로운 정보를 돌출해 낼 수 있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유명한 예술가들의 예술훈련법을 비롯하여 관찰을 통해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일깨워준다.


생각의 도구 중에서 ‘형상화’는 이미지화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그 범위는 부단히 확장될 수 있으며 전달 수단 또한 다양하다.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나 예술가들의 형상화 능력은 천재성의 위대한 발현이라고 할 만큼 독보적이다. 형상화는 관찰한 이미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화하는 작업이다. 그만큼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형상화 능력은 곧잘 창조적인 탄생에 기여하곤 한다. 발명가들의 업적은 이런 형상화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형상화는 창조성이 발현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이 장의 첫 장을 넘겨보면 추상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추상이란 어떤 대상의 전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두 개의 특성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정의를 통해 추상의 개념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상에 대한 적확한 인식은 추상화 작업에 필수적이다. 전체를 조망하는 눈과 그중에서 특징을 뽑아낼 수 있는 예리한 관찰력은 추상화 능력을 배가 시킨다. 저자는 추상화에 대해 단순화라고 정의한다. 수학은 추상의 장(場)이고, 과학이론과 법칙은 통찰력 넘치는 추상화로 진단한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


‘추상화’에는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움직임을 이용한 단순화 작업은 추상화 작업을 하는 데 혁신적인 기법으로 작용한다.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추상화를 통해 인식의 궤적을 넓힐 수 있고, 생각을 고도화시키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는 크다.


‘패턴의 인식’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는 과정이다. 패턴 인식은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현상 속에서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규칙을 찾고, 그로 인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생각의 도구로 기능한다. 단적인 예로 알프레드 베게너가 그린 판게아 대륙의 모습을 통해 대륙이동설이 어떤 식으로 확고한 과학이론으로 자리매김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패턴의 형성’은 단순한 것을 복잡화시키는 도구로 기능하게 한다. 이 장에서는 ‘대칭적인 패턴을 통해 독창적인 음악을 작곡한 바흐’, ‘푸리에 분석에서 전자공학까지 패턴의 놀라운 변신들’을 보여준다.


‘유추’는 이 장에서 제시된 정의처럼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이나 복잡한 현상들 사이에서 기능적 유사성이나 일치하는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이다. 고차원적인 생각의 방법들 중의 하나인데 이를 테면 ‘양자론과 음악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내는 장면과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통해 밝혀진 학습 방법으로서의 ‘유추’가 이에 해당한다.


‘몸으로 생각하기’는 일종의 몸의 사고를 말한다. 다소 난해한 측면이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근육의 감각, 촉감 등을 활용하여 생각의 지평을 넓힌 사례들을 다룬다. 몸의 움직임이 생각으로 작용한다는 것인데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는 과학자와 수학자들’도 많다고 하니 그 심연 속의 진리를 추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감정이입’은 아무래도 배우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자각’하는 행위로 정의되는 감정이입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동기로 작용한다. 특히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이런 방식의 생각도구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주 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식의 발상, 이것이 감정이입의 속성을 드러낸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차원적 사고’ , ‘모형 만들기’는 입체적인 생각의 가치를 실현하는 생각도구이다.


‘놀이’는 유아기적 장난의 가치를 넘어선다. 놀이를 통해 얻어지는 영감은 다양한 예술과 과학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창조적인 통찰은 놀이에서 나온다’라고 저자가 진단한 것처럼 우리는 놀이를 통해 미처 도달할 수 없었던 세계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핵심적인 가치를 찾아내고 응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변형’적 사고는 기존의 흐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을 확장해 가는 생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생각의 변형을 통한 다양한 사례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 생각의 변형은 문학 용어인 ‘낯설게 하기’를 떠올리게 한다.


‘통합’적인 이해는 근시안적인 판단을 몰이해로 규정한다. 요즘 들어 강조되고 있는 융합은 이런 통합적인 이해의 산물이라고 할만하다. ‘종합적인 이해는 감각적 인상과 느낌, 지식과 기억이 통합적인 방법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이 말은 생각의 도구로서 ‘통합’의 가치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생각의 탄생>은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라는 부제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다. 이들의 창조적인 생각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런 생각의 자취들은 면면이 이어져 오면서 후대인들에게 위대한 생각의 가치를 연구하는 사료로서 남게 되었다. <생각의 탄생>은 그런 위인들의 생각의 발자취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위대한 저작이다. 위대한 생각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킨다. 그런 생각의 가치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다양한 생각의 궤적을 연구하고 정리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의 탄생>은 위대한 생각들의 생각도구들을 모아놓은 생각의 백과사전이라고 할만하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생각의 가치를 인식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생각도구를 지혜를 발판으로 삼아 인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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