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 민음사

by 정작가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다양한 감정의 편린들을 철학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책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렇게 수많은 감정들 중에서 48가지의 감정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저자의 몫이겠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그런 감정과 연계된 저자를 만나는 것은 사유의 즐거움을 한층 고양시킨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 이런 정의는 크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정작 인간이 감정적인 동물에 가깝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성은 어찌 보면 감정의 변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연구하고 더욱 집중해야 할 사유의 대상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든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한 가지 감정을 상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의 내용과 저자를 소개한다. 그 중간에 스피노자의 정의를 찐빵의 앙꼬처럼 집어넣는다. 다소 생경한 조합이긴 하지만 이런 구성을 통해 우리는 심층적인 감정의 속성을 해부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고무되었던 것은 고전 읽기의 당위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문학의 가치가 장구하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한 편의 문학 작품이 인간의 심층적인 감정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꼭지의 말미 저자의 생각을 담은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는 감정에 대한 해석을 철학자의 식견으로 바라보았다는 측면에서 차별적인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사실은 이 책에서 소개된 문학 고전을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저자들의 이름도 대부분 생경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다양한 형태의 감정들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책이기는 하지만 책을 위한 책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적어도 이 책에서 소개된 책과 저자들을 조우하는 것만으로도 교양의 수준은 한층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분석한 감정의 의미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이해한다손치더라도 인간을 이해하는 폭은 한층 넓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keyword
이전 14화고독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