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1988) / 일본

by 정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다. 순수한 두 소녀가 아빠와 함께 시골에 와서 겪는 모험담을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 속에 담았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시골집은 먼지투성이다. 이곳저곳 고칠 때도 많다. 하지만 두 소녀는 신나게 집안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집 앞의 숲을 향한 통로는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상징적인 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제 세상을 만난 듯 떠돌아다니던 먼지벌레는 곧 이사 갈 처지에 놓였다. 먼지벌레는 순수한 메이의 시선에만 노출된다. 동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어른의 시선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장면은 토토로와의 조우에서도 나타난다.


토토로는 두 소녀를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마치 큰 곰인형 같아서 소녀들은 곧잘 토토로에게 기대거나 안긴다. 비정상적으로 큰 토토로의 몸집은 동심의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의 크기와 닮았다. 또한 토토로는 괴성만 질러대면 고양이버스를 부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두 소녀가 버스정류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다. 토토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 옆에 서있다. 사츠키는 아빠에게 주려던 우산을 토토로에게 준다. 우산에 물방울이 떨어지자 토토로는 장난을 친다. 마치 행동이 동심의 세계에서 노는 아이들을 닮았다. 고양이버스를 타고 가는 토토로의 표정은 순수하고 아름답다. 토토로가 타고 간 고양이버스는 아이들을 위기에서 꺼내주기 위한 장치다. 꿈속에서 토토로는 마당에 뿌린 씨앗을 부채질하여 커다란 나무로 키워놓는다. 소녀들도 동참한다. 아이들에게 꿈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꿈이 된다.


병원에 있는 아픈 엄마에게 옥수수를 가져다주려다 길을 잃고만 메이. 메이를 찾아 나선 언니 사츠키.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토토로는 고양이버스를 부른다. 고양이버스는 메이를 찾아 줄 뿐 아니라 엄마가 있는 병원까지 그들을 안내한다. 두 소녀에게 토토로와 고양이버스는 마치 키다리아저씨 같다. 도움을 요청하면 나타나서 구해주는. 작품 속의 경치는 어린 시절의 고향 풍경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듯 아름답다. 굽이진 시골길의 풍경, 노을이 고운 저녁 하늘의 모습, 모내기를 하는 동네 사람들, 들가에 핀 해바라기와 들풀의 세세한 묘사는 마치 추억을 가득 담은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 속에서 토토로와 고양이버스를 타고 함박웃음을 짓는 사츠키와 메이의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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