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정지우 감독(2012) / 대한민국

by 정작가

박범신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은교>는 노시인과 십 대 소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이다. 어찌 보면 사회적인 일탈을 조장하는 듯한 느낌도 들법한 영화라고 생각되지만 영화의 내용은 생각보다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10년 전 개봉된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는 노인의 성을 다룬 영화로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영화로 인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노인의 성을 이슈화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 노인의 성을 다룬 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불모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은교>는 비록 노인의 성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랑이 국경도 세대도 초월할 수 있다는 통설을 뒷받침하는 데 일조한 것만은 분명하다.


<은교>의 주된 테마는 사랑이지만 여기에서는 인간의 빗나간 욕망이 얼마나 인간관계를 파탄시키고,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모독할 수 있는지 똑바로 보여준다. 노시인의 제자인 서지우의 배반행위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일 수도 있고, 젊음을 가진 청년의 오만함에서 근원한 것일 수도 있다. 노시인인 이적요의 말대로 '늙는다는 것이 악행에 대한 벌도 아니고, 젊다는 것이 선행에 대한 선물도 아니'다. 그렇다면 젊다거나 늙는다는 것은 선택도 아니요. 그저 시간의 흐름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실체일 뿐이다. 물론 미성년자에 대한 사랑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으로 볼 때 진정한 사랑의 가치는 여실히 드러난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는 보이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서지우는 이적요의 상대가 못된다. 이적요의 사랑은 순수에 가깝다. 하지만 서지우와 은교의 관계는 일시적인 오해에서 파생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관계를 가능하게 한 것도 사실은 외로움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이는 사랑의 감정을 불사르는 불쏘시개는 될 수 있을지언정 방구들을 따뜻하게 하는 장작은 되지 못한다.


<은교>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그냥 그대로 추악한 성욕으로 비하될 수도 있고, 진정으로 아름다운 순수한 사랑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 이는 개개인마다 다른 관점이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노시인이 마음속에 품었던 내밀한 사랑의 가치는 그 어떤 사랑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순수하고 아름답다. 어울리지 않는 세대를 초월한 사랑. 이 사랑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갈수록 사랑조차도 조건화되어가는 현 세태에서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keyword
이전 08화아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