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감독(2008) / 대한민국
쌍화점은 고려시대 문학의 한 장르인 고려가요중에 하나이다. 쌍화점은 고대의 문학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선징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남녀관계를 묘사한 에로티시즘적인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이는 당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으로 당시 문란했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쌍화점>은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다. 이전에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도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이 영화도 개봉 초기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라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연기는 단연 화제였다. 상상하기 힘든 왕과 호위무사, 황후의 삼각관계는 동성애라는 모티브를 다루었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다. 갈등의 발단은 왕에게 있다. 왕과 호위무사라는 계급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던 홍림(조인성 분)은 동성애자인 왕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신분의 차이가 성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홍림은 그저 피해자일 뿐이다.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원나라의 압박에 후사를 필요로 하게 된 왕은 홍림과 왕후의 관계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비록 그런 목적으로 홍림과 왕후의 관계를 일시적인 관계로 설정하지만 그건 왕의 오류였다. 홍림은 왕후와의 관계를 통해 억압되었던 정체성에 눈을 뜨게 된다. 비극의 단초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후사를 위한 목적의 관계는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관계로 이어졌다. 관계가 지속되면서 왕은 홍림의 행동에 심한 배반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왕과 홍림의 관계는 왕이 거세라는 무거운 형벌을 내림으로서 단절된다.
동성애는 인류 역사상 아주 오래된 금기이자 죄악시되던 행위였다. 요즘들어 동성애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나 <쌍화점>과 같은 멜로물이 논란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데 익숙치 못하다. 커밍아웃을 선언한 홍석천도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하리수 역시 힘겨운 싸움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이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성적소수자들에게 얼마나 냉담한지 짐작할 수 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은 '나'와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고,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그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이 그렇게 차가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로 소외받고 있는 이들이 음지에서 머물지 않고, 양지로 나와 삶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