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언어로 스스로를 정의합니까?

by kyungjin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로 살아갑니다.

그 언어는 일상의 말투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태도와 행동의 선택 기준으로 남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속에 스며들어 개인의 삶의 방향을 만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들은 보통 성격, 가치관, 취향, 혹은 경험이라고 부르지만, 조금 다른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정리되지 않은 자료'에 가깝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편집디자인을 해왔습니다.

인하우스에서는 신문과 잡지, 공공기관의 정기 간행물,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홍보물(카탈로그, 브로슈어, 광고), 유통 분야의 백화점 홍보물과 VIP 초대장, 패션북, 팝업북, 그리고 건설 분야의 분양 홍보와 재개발·재건축 제안서까지 수많은 원고와 이미지를 다루며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어떤 순서로 배치해야 읽히는가.

그리고 이 이야기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문제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디자이너의 시선입니다. 이 시선은 어느 순간, 제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퇴사 후 독립을 결정하고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반복해 왔는지. 삶의 주인은 분명 나 자신이었지만, 4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떤 기준으로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어떤 삶을 원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쌓아온 기록들이 결국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내 삶에는 과연 기준이 있었을까?'

'아니면 즉흥적인 삶의 연속이었을까?'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했던 어느 시기,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만났습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방법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세상에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사람인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이번 연재는 20년이 넘은 편집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디자이너의 언어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을 풀어본 기록입니다. '퍼스널 브랜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디자이너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단서를 제공합니다. 특히 편집디자인은 본래 보이는 결과보다, 그 이전의 구조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삶을 하나의 책처럼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합니다. 기준을 세우는 그리드, 목소리를 표현하는 '서체'와 '글의 톤', 경험을 축적하는 '아카이빙'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빌려, 한 사람의 철학이 어떻게 구조를 갖추고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되는지를 따라갑니다. 시각적으로 화려한 표현이나 마케팅의 빠른 성과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래 읽히는 문장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삶의 방향성을 탐구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을 포장하는 '이미지 메이킹'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 메이킹'이란, 타인에게 보이는 인상을 중심으로 말투, 외형, 콘셉트를 빠르게 정리하고 연출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특정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삶의 선택과 방향까지 지탱해 주지는 못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그런 방식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나를 꾸며 보이게 하는 일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흩어진 생각과 경험에 의미의 번호를 매기고, 삶의 흐름을 다시 읽어내는 편집의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무엇을 말할지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반복해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이 글들은 완성된 답안이 아닙니다.

한 편집디자이너가 자신의 삶을 원고처럼 펼쳐두고, 줄을 긋고, 여백을 남기며 다시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가고,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삶의 방향을 정해 가는 여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금 당장 찾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나를 알고 한마디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나에 대한 고민은 머릿속에서 생각만 반복하는 것으로 부족하며, 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다듬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글로 기록하고, 정리를 반복하는 일입니다.


디자인 결과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 한 번의 시도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충분한 자료와 기획, 적절한 이미지 그리고 반복되는 수정 과정,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쌓여야 비로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퍼스널 브랜딩과 디자인 작업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기록을 모으고, 기준을 세우고, 반복적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은 디자인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을 이해하는 데 편집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퍼스널 브랜딩' 역시 단기간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닙니다. 나를 이해하는 시간, 기준을 세우는 고민, 선택을 반복하며 쌓아온 기록들이 모여 서서히 하나의 방향과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이 연재를 읽는 분들 역시 자신의 언어를 떠올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문장으로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문장을 계속 써 내려가고 싶은지 말입니다. 이 기록이 여러분의 삶을 대신 정의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언어는, 앞으로의 삶을 어디로 이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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