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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27. 2024

택배가 쏟아진다

끄적끄적

하루에 몇 개씩 택배가 오는 날이 있다.

'오늘 주문하신 물건이 도착합니다', 와 '배송 완료'라는 알림이 연신 휴대폰에 고.

나는 현관문을 열어 박스 또는 비닐백을 주워서는 현관에서 물건을 꺼내고 포장재 분리수거까지 마친다.

그렇게 내손에 들어온 물건은 내용을 확인만 하고는 그대로 작은 방 선반에 쌓인다.

당장 쓸 물건이 아닌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어제, 그저께의 내가 저지른 일을 처리했다.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물론 많지만.

무료해서 또는 마음이 심란해서 그냥 휴대폰 속 세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뭐이, 싸게 판다고? 솔깃해서는

언젠가 쓰겠지, 라거나.

특히 환율이 널을 뛰는 요즘에는

물가가 올라갈 거라 어차피 쓸 물건 미리 사두자,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쌓아두기만 할 물건을 기어코 주문하고 만다.


그러면 쌓인 물건을 보고 기분이 흐뭇해지는가?

천만에요, 마음만 불편합니다.

내가 또 마음속으로는 미니멀을 지향하는 사람 아닙니까.

물론 다른 이들과 나누기는 한다.

생활필수품이라 누구에게나 소용되니까 버려질 물건은 아니다.



사실 지금 나의 단순한 생활에서는 식품과 약간의 소모품 외에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많지 않다.

며칠 전 점심 먹고 나가서 물리치료받고,

치과 치료받고,

안과까지 들러서 진료받고 집에 오니 저녁시간이었다.

허겁지겁 밥 먹고 나서는

병원 다녀온 후유증으로 심란한 기분이어서 몇 시간 휴대폰 붙들고 보내더니,

이렇게 택배가 우수수 쏟아지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 말은 줄였는데 소비는 못 줄이고 있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여야 지구에게도 덜 폐 끼치고

생활이 단순해질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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