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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19. 2024

얻는 것과 잃는 것

끄적끄적

우리는 늘 무언가를 바란다.

지금 여기서 뭐 하나만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든가.

견디기 힘든 현재에서 얼른 벗어나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가면 좋겠다, 라든가.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좋은 것은 지금의 상태에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를 몽땅 바꿔버린다.

어떤 조건 하나가 바뀌면서 나의 의식, 무의식적인 행동과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주변에서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며 억눌렸던 욕구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어떤 좋은 것 하나를 손에 쥔다는 건 지금 내가 누리는 다른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생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결혼하지 않고 있는 자식이 짝을 만나기를 열렬히 바라는 부모가 있다.

자식이 결혼만 하면 시름도 덜고 더 행복한 가정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자식이 독자적인 가정을 이루고 보니 더 이상 내 자식이 아니네.

본인만의 이해관계를 가진,

부모와는 더 이상 같은 울타리 안의 가족이 아니게 된다.

그러면서도 손주 봐달라고, 집 사는데 돈 보태라고,

바라는 건 많아지면서.

늙어가는 부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는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자식을 끌어안고 살라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이루면 그로 인한 여파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편이 제발 돈을 많이 벌었으면, 바라는 아내가 있다.

돈은 모자라도 그럭저럭 오손도손한 가정이었는데

돈 많이 벌더니 바쁘다고 집에 늦게 들어오고 가족끼리 놀러 가는 일도 없어진다.

생활비 주면서 내가 이 돈 버느라 얼마나 힘든지 알기는 하냐. 고 성질까지 부리네.


아마 돈이 더 많아지기를, 지위가 더 높아지기를 많이들 바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과 지위를 바라기 때문에 그 세계에는 그만큼 시기, 질투도 많고 탐욕과 사기도 몰려든다.

또한 부와 지위를 얻으면서 가난한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잃고 건방지고 허세가 잔뜩 낀 밉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없는 부와 인기를 가진 유명인을 헐뜯는데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당신은 내게 없는 것을 가졌으니 근거 없는 모함과 비방도 감수해야지!, 하는 심정인지.

물론 무조건적으로 존경과 칭송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여간 속이 단단하고 신중하지 않으면 주변에 아첨꾼만 남는 비인간적인 독불장군으로 늙어갈 수 있다.



무언가를 바라지 말라는 게 아니다.

꿈을 이루려 노력하지 말라는 말은 더욱 아니다.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그 꿈의 정당성을 수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충분히 누리면서

상황이 달라졌을 때 쉽게 휘둘리지 않도록 내면의 역량을 키워야겠다.

부와 지위는 책임감이기도 하다.

남들이 선망하는 어떤 것이 내게 들어온 건 행운이니까 고마운 마음으로 되도록 선하게 그 행운을 행사하면 좋겠다.


지금 공권력으로 흉악한 범죄자나 다를 바 없는 못된 짓거리를 해대는 저  검사들도,

검사가 되려는 꿈을 꾸던 시절에는 자신의 인생이 저리 너절하기를 바랐을까?

향응이나 접대받아 죄를 스스로 사해주고

범죄자와 한편이 되어 돈을 얻어 쓰면서.

술, 여자, 돈이라면 뭔 짓이라도 하고.

더해서, 음.

아, 내 입이 더러워지니, 그만 두자.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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