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치고는 상당히 푹한 날씨인데,
봄이 그렇듯 이맘때는 집안이 바깥보다 더 춥다.
아침저녁으로 바닥난방은 하지만 오후에는 바닥이 차고 집안 공기도 꽤 싸늘하다.
나는 의자와 발받침 사이에 작은 라디에이터를 두고,
훈기가 돌 정도로 온도를 맞춰놓고는.
그 위로 다리를 올려 얇은 담요를 덮었다.
어깨에도 숄을 둘러서 옛날 그림 동화책에 나오던 노파 같은 모습이 되었네.
방에는 나지막한 음악이 흐르고,
손에는 책을 들고 있지만 한두 쪽 읽다가 고개를 들곤 하지.
책 내용이 재미있는데도 집중은 잘 안 된다.
창문으로 점차 빛이 사그라들고 주변은 고요해서,
시각적으로는 참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마음속에 어떤 걱정이 있든 간에 지금 나는 평온이 충만한 가운데 있으니,
이 시간을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