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설날이다.
차례는 지낸다.
혼자, 대충, 무지 간소하게.
그래도 상차림을 구상하고.
미리미리 장을 보고.
꼼꼼하게 청소하고,
그릇을 꺼내 씻어두면서
나름 준비는 한다.
무엇보다, 평소에도 생각은 많이 하지만, 특히 명절이나 제사 때는 부모님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마음이 울적해진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렇게나 깊은 사랑과 세심한 보살핌에 온갖 정성을 받고 자란 내가 제대로 살아가는가?, 하면.
마음이 편할 수가 없는 거라.
어제 늦게 일을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준비했고,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상을 차렸다.
내 나이가, 하.
언제 이렇게 된 거야?
상을 물리고,
배 터지게 먹고 따뜻한 침대로 쏙 들어왔다.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뒹굴뒹굴, 인터넷 삼매경인데.
좋다.
아이 좋아.
어떤 의무감이나 자책감 없이 그냥 편하기만 하네.
지난 몇 년 동안 나라를 뒤흔드는 악귀들 때문에 정말 피로했다.
악취 풍기는 쓰레기더미가 집 앞을 가로막은 듯,
아주 불쾌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저걸 치워야 하는데 어찌해야 하나, 몹시 힘들었는데.
이제 시작이죠.
이번에는 반드시 깡그리 치워버려서 산뜻한 공명정대 새나라의 국민으로 살아야겠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오늘, 내일, 푹 쉬고,
을사년,
신나게 시작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