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상에서 나물반찬은 참 안 하게 된다.
무엇보다 다듬는데 손이 많이 간다.
추운 겨울날에도 찬물에 여러 번 씻어야 하지.
예를 들면 달래는 먹을 때는 맛있고 향긋하지만 그 작은 뿌리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흙을 일일이 손톱으로 긁어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나물 반찬을 맛있게 먹기는 하는데.
과연 얼마나 잘 씻을까, 하는 의문에는 눈을 질끈 감는다.
맛을 내기도 어렵다.
나물 반찬을 만들려면 갖은양념을 쓰는데,
간을 맞추려면 양념 순서와 분량에 섬세한 솜씨가 필요하다.
일단 물에 닿고 양념으로 조리가 된 나물반찬은 금세 상한다.
그리고 채소 종류는 판매 단위가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지.
하지만 채소는 먹어야 한다.
맛도 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참기름과 갖은양념으로 조물조물 버무리는 나물반찬이 참 맛있지만 여러모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살짝 찌거나 부침개로 만들어먹을 수도 있다.
상당수의 채소들을 우리 조상님들께서는 데치거나 쪄서 먹게도, 전으로 지져먹게도 요리법을 개발해놓으셨다네.
봄날의 부추는 맛있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께서는 여린 부추를 살짝 쪄서 양념장을 뿌려 주셨다.
더 자라서 짙은 빛깔의 부추는 깨끗이 씻어서,
싱싱하지 않은 부분은 떼어내고, (요 손질 과정이 ㅠ)
밀가루는 조금만 넣고 부추전을 지진다.
새우, 오징어를 넣으면 맛있는데 그냥 부추만 잔뜩 넣어 부쳐도 향긋하고 깔끔한 맛이다.
두릅 철에 두릅은 놓칠 수가 없지.
대개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데,
전으로 지져도 맛있더라.
새송이버섯도 밀가루를 입히고 계란물에 퐁당 빠트려 전을 지지면 맛있다.
감자전, 고구마전, 애호박전은 말해서 뭐해.
혼자 먹기에는 청경채가 편하다.
중국음식 중에 흥건한 국물에 담겨 나오는 청경채 요리가 있는데.
나는 한 번에 먹을 만큼 몇 개만 씻어서 살짝 데쳐 초간장이랑 먹는다.
마른 새우나 고기랑 볶아도 좋지.
미나리도 미나리적 또는 미나리초대라고 하는 격식 있는 전을 지지는데,
그냥 부추전이나 파전처럼 손쉽게 부침개로 지져도 맛있고.
살짝 쪄서 양념장이랑 먹으면 얼마나 향긋하게요.
생선찌개에도 듬뿍 얹고,
요새는 삼겹살이랑도 많이 먹더라.
한 봉지 사서 이것저것 두루두루 해 먹으려면 버섯이 좋다.
볶아도 좋고, 찌개나 국에 넣고, 다른 재료와 함께 채를 썰어 전을 지질 수도 있거든.
표고버섯은 국, 찌개, 볶음으로 다양하게 해 먹고.
장조림 할 때도 넉넉히 넣는다.
생표고는 기름 두른 팬에 살짝 구워 소금만 찍어도 맛있다.
쫄깃쫄깃, 식감이 좋아요.
무엇보다 쉬운 건 씻어서 날로 먹는 것.
파란 이파리 채소들, 당근, 양파, 미역, 사과, 토마토, 견과류, 말린 과일 등.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샐러드를 만든다.
간장과 올리브유가 주재료인 오리엔탈 드레싱,
마요네즈에 식초나 설탕을 넣고 휘휘 젓거나.
때로는 닭이나 소고기를 삶아 얹기도 하는 샐러드는 재료 선택이 자유롭다.
당근 철에 나는 당근은 사각사각 달콤해서 껍질만 깎아 우걱우걱 먹는다.
무 철의 무는 또 얼마나 아삭아삭 맛있게.
고구마, 파프리카, 샐러리, 양배추도 날로 먹기 좋은 채소들.
나는 속이 쓰리면 양배추를 날로 먹는다.
며칠 먹으면 속이 훨씬 편해지더군.
양배추 이파리는 찐다.
쌈장을 넣어 쌈을 싸 먹으면 고기 없어도 맛있지.
채소를 넣어 밥을 짓는다.
쌀에 가지와 다진 고기를 얹은 가지 밥을 해서 양념장을 비벼서 한 끼.
쌀에 얹기만 하면 채소밥을 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채소를 잘게 잘라서 말린 제품이 있더라.
김치밥, 콩나물밥, 톳밥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곤드레밥이나 비빔밥은 냉동 제품들이 있지.
나는 봉하마을에서 나온 연잎밥을 좋아했었다.
채소를 직접 해먹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김치나 장아찌, 피클 종류라도 갖춰두자.
꽤 오래가니까 간편식을 사다 먹을 때 곁들이면 밥 먹기도 훨씬 나을뿐더러,
그렇게라도 채소 먹는 습관이 안 먹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고기도 좋고 채소도 좋다.
우리 맛있게 먹고 힘내어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