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오븐 활용기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작은 오븐을 샀었다.

미니오븐이라 불리는.

시중에 나온 미니오븐 중 아마 가장 작은 용량일 거다.


빵을 따뜻하게 데우는 정도만 기대했었다.

얇게 잘라진 식빵보다 둥글거나 길쭉한 빵을 더 자주 먹기에 일반적인 토스터가 내게는 별 쓰임이 없었거든.

에어프라이어가 대세라지만,

어차피 비슷한 용도의 제품이니 내게 익숙한 오븐으로.

오븐이 크기가 더 작고 모양이 낫기도 했다^^



빵을 데운다.

따듯한 빵에 넣을 치즈와 햄, 또는 버터 덩어리 끄트머리가 살짝 녹을 정도로만 따듯하게 데운다.

치즈나 버터가 흐물흐물 녹는 건 싫거든.

또 토마토나 푸른 잎채소를 올려도 차가운 듯한 온도를 유지할 정도가 좋다.

그렇게 필요한 만큼만 시간을 조정해서,

둥글거나 납작하거나 길쭉하거나 한 모든 빵과 파이를 데우기에 미니오븐이 적합하더라.


먹고 남은 치킨 조각을 따끈하게 데우고.

소시지나 햄을 굽지.

반조리해서 파는 햄버거 스테이크나 떡갈비,

닭이나 새우, 은행 같은 각종 꼬치류를 익히기에도 좋다.

바닥에 깐 종이 포일에 기름기가 방울방울 맺히면,

오, 이만큼 지방을 덜 먹는단 말이지, 흡족해진다.


혼자 먹는 고기도 팬보다 미니오븐에 굽는 편이 뒤처리가 쉽더라.

오븐 속 선반에 종이 포일을 까니까,

선반 받침과 오븐 며칠에 한번 씻거나 닦는.


찬밥도 전자레인지보다 오븐에서 데운 것이 더 내 입맛에 맞더라.

밥이 데워지면서 약간 꼬들꼬들해지는데,

그 식감이 나는 좋거든.

냉동실 떡도 말랑말랑해지게 굽고.

붕어빵도 따끈따끈 하게 덥히지.

육포도 잘게 잘라 살짝 굽는다.

오, 맛있어~~~


고구마도 굽는다.

고구마는 가늘거나 작은 것으로 그때그때 몇 개씩만 굽는데 맛도 좋고 양이 조절되니 더 좋다.

평소에 군고구마, 찐 고구마는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는, 자제가 안 되는 스타일이라.


냉동 프렌치프라이를 산다.

기름 한 방울 없이 구워 고운 소금 쪼끔 뿌리면 바삭바삭 따끈따끈 맛있지.


오븐에는 요리할 수 있는 조리 설명서가 따라왔지만.

제대로 된 요리는 큰 오븐이나 다른 적절한 조리도구를 쓰니까.

미니오븐에서는 혼자 밥 먹을 때 음식을 덥히는 용도로 쓴다.



미니오븐을 쓰니 밥을 천천히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

음식을 다 준비해서 밥상을 차리면 다 먹을 때까지 계속 밥을 먹게 된다.

나는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어서 밥을 계속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데 말이지.

오븐을 사용하니,

한 가지 음식을 먹고 나서 그다음에 먹을 다른 음식을 오븐에 덥히는 동안 음식 먹기를 중단하니까,

배가 가득 찼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계속 먹는 습관을 멈출 수 있었다.

느낌이 오면 벌써 용량이 넘친 것이니.

음식의 양과 먹는 속도를 조금은 조절할 수 있다.

먹다 쉬다 하느라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어차피 혼자 먹는 밥상,

나의 리듬에 맞춘다.


고맙다, 미니오븐

우리 오래오래, 같이 잘 지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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