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먹으며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청소 때문에 부스러기가 덜 나오는 과자 종류를 주로 먹는다.

오랜만에 땅콩을 먹으면서,

풀풀 날리는 땅콩 속껍질 때문에 한동안 내가 아몬드만 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더라.


간식을 먹으면서, 또 먹자마자 치운다고 치우지만.

손에 잡히지도 않고 어디로나 날아다니는 작고, 얇고, 가벼운 땅콩 속껍질 부스러기는,

며칠 뒤 예상치 못한 곳에서까지 그 티끌만 한 모습을 드러낸다.

약 오르지?, 하듯이.



과자나 땅콩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만이 아니다.

즙이 많은 과일들- 배, 멜론이나 망고, 특히 시트론 계열, 그중에서도 자몽이나 스위티 같은 크기가 큰 것들-은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저며내는 과정에서 과일즙이 여기저기 튄다.

손에 묻어 끈적한 감촉이야 얼른 물로 씻어내지만.

수 미터를 날아가는 그 상큼하고 새콤하며 달콤한 향기로운 물방울은,

집안 여기저기 달달한 끈적거림으로 먼지들을 끌어모은다.

보이든 안 보이든 얼룩이 되는 것이다.

불쾌한 감촉으로.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콤한 우리 음식은 맛이 좋다.

그 빨간 국물은 맛뿐만 아니라 색상도 참으로 강렬하여

겨우 지름 1mm 나 될까, 하는 작은 얼룩도 눈에 확 띈다.

옷에서나, 식탁에서나, 의자에서나, 정수기에도, 벽에도.

냉큼 물과 세제로 씻어내지 않으면 그 빨간 얼룩은 누렇게 변색되며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 빨간 고추장 국물 몇 방울에 집은 후줄근해진다.


빵, 밥알, 반찬도 부스러기가 은근히 많이 떨어진다.

어느 고위직 어르신은 넥타이에 식사 메뉴가 고스란히 적힌다더라.

밥 먹으면서 말을 많이 하고 손놀림이 조심스럽지 않으면 맛있게 먹은 식사의 내용이 식탁에, 바닥에, 옷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 모든 움직임은 흔적을 남기고.

청소는 흔적을 뒤처리하는 과정이다.

지나가는 시간과 삶의 고투가 남긴 아름다운 자취는 더 큰 성장의 디딤돌로 잘 간직해야겠고.

쓰레기나 더러움으로 발전할 부정적인 흔적은 미루지 말고 얼른 치워내야겠다.

그래서 깨끗하고 정돈된 내가 몸담은 공간, 내가 기대는 이 집이,

나의 보금자리로, 안식처로 편안하고 안락하게 기능할 수 있다.

비싼 집, 고급 주택도 좋지만

청소와 정리정돈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최대한 나의 환경을 좋게 만드는 일은 곧 스스로를 존중하고 대접하는 행위가 된다.


햇땅콩 철이다.

껍질 땅콩을 사다가 쪄서도 먹고 간장에 조림도 해 먹어야지.

볶은 땅콩은 당분간 쉴 테야.

청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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