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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욕심을 버려봐요.

나의 해외영업 주간보고서 2 15화

by 사호

퇴근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에 앉아 있게 되면, 상사분들하고 비교적 격이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있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육아 출근을 해야 하는 제게는 회식도, 야근도 너무 난감한 상황이기에, 최선을 다해 일과 시간 내 많은 일(?)을 하려 하지만, 오늘은 어쩌다 보니 퇴근 시간이 좀 지나서도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 상사 분과 비교적 비공식적으로 편안하게 아마존과 큐텐의 매출과 운영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매출을 조금 더 키우고, 손익 개선이 될 수 있는 시점이 언제 즘 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 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매우 감사한 말씀이었습니다. "반드시 개선하세요."가 아니라, '개선될 수 있는 시점'에 대해 문의해 주신 상사 분은 거의 처음이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출도 증가하고 손익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사실, 손익을 따지려면, 최종 목표 매출 금액을 정하고, 그 시점에 다다랐을 때, 손익을 건드리면서 여러 테스트를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목표에 다다르면,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더 매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매출의 최고 상한선을 우리 스스로 정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다음과 같은데요. 만일 아마존 플랫폼 매출로 24억 정도 내고, 나머지 76억을 B2B 매출로 채워서 북미 매출을 100억으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 봅시다.


7-8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산 화장품 10,000원 하는 제품을 외국에서 20,000원에 판매하며, 5,000원 선에 B2B 현지 수입 업체에게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공급 업체는 최대 15,000원 선의 매출 이익을 보면서, 제품을 핸들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 화장품들이 한국 가격의 12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판매되다 보니, 수입 업자가 볼 수 있는 매출 이익 마진율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할인 프로모션까지 하게 되면 더욱 마진율이 줄어들 것입니다. 미국 현지 생활 물가가 살인적으로 상승하였음에도, 아마존에서 20$ 내외에 양질의 한국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한국산 화장품이 K-beauty라는 가성비 있는 제품으로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해외 명품 화장품처럼 값을 올려 받지 못하고, 유명 리테일 브랜드처럼 대량 생산과 높은 인지도로 밀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K-beauty의 마케팅 비용이 한국 브랜드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높아져만 가고, 수익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B2B 현지 수입업자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해외 온라인 마케팅 비는 점점 증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총 목표 매출 100억에서 해외 온라인에서 내야 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해외 온라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은 매년 물가상승률과 함께 올라가고, K-beauty는 가성비 있는 제품이 되기 위해 가격 상승 부분에서는 또 눈치를 보게 되고, 가격을 올렸다고 해도, 프로모션을 또 과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러나 방법은 있습니다. 각 브랜드의 사정에 맞는 마케팅 비용과 방식을 설정하여 장기적으로 견조하게 성장하는 기조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튼튼하게 성곽을 쌓아 올린다는 마음으로 실속 있게 가기 위해서는 우리.. 함께 성장에 대한 욕심을 버려봐요. 지금도 충분히 버렸다고 생각이 드실지 모르지만, 조금 더요. 우리 "장사를 하루이틀" 할 것은 아니니까요.




퇴근 후 가벼운 마음을 가지셨을 때, 손익 개선에 대해 제가 다소 부정적인 말씀을 드려서, 그 상사분께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주간회의에 저희 상황에 맞게 손익도 챙기며 현실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진행하실지 말지의 판단은 자유롭게 해 주시면 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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