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CM, 지난번에 알려드린 Black Friday, Cyber Monday, 이 굵직한 할인 프로모션 기간에 매출액과 재고만큼이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틱톡을 비롯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즉 SNS 되겠습니다. 어떤 인플루언서가 인기 있고, 누구에게 저장과 좋아요가 많이 달리는지, 어떤 인플루언서가 광고한 제품이 잘 팔리는지 등, 소위 '핫' 한 인플루언서를 재빠르게 팔로우하고, 인기 있어 보이는 영상물들을 저장해 둡니다.
여기까지 했다면, 일단 할 일을 했습니다. 이제 이 큰 프로모션들이 마무리가 되면서, 약간의 숨을 돌려야 하는 순간이 왔지만, 우리의 위와 같이 모아놓은 인플루언서 리스트를 펴 들고, 온갖 라인들을 동원해서 그들을 섭외할 수 있는 견적 및 단가를 문의해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받아놓은 해당 견적들의 말미에 작은 글씨로 써져 있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해당 견적은 올해 프로모션 기준이므로, 다음번에는 상향 가능성이 있습니다. " 아니, 이 말의 속뜻은, 아시다시피, "이 견적으로는 앞으로 섭외 불가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너그럽게 생각해 보면, 물가 상승률도 있는데, 그들의 몸값을 올리는 것도 이해해 줘야지, 할 수 있지만, 그 정도 수준에서 상향되지 않기에 문제입니다.
바야흐로 인플루언서의 시대입니다. 온라인 시장이 코로나 이후에 더욱 확대되고, TV 등 전통적인 매체가 유튜브 등 대안 매체들에게 잠식되면서, 인플루언서의 전성시대가 열려 버린 것 같습니다. 제품 판매 가격의 적어도 10% 이상은 어떠한 형태로든, 인플루언서 마케팅 명목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오너들에게 마진 10% 굉장히 큰 비중입니다.그 큰 포션을 할애해야 한다면, 분명히 의미 있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도박과 같아서, 성공하면 대박이 나고, 그렇지 않다면, 피 같은 돈만 허공에 날리는 꼴입니다.
성공하지 못해도 인플루언서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 도박 같은 마케팅을 잘하려면, 첫째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철학이 잘 짜여서, 해당 브랜드에 맞는 페르소나가 설정되어야 합니다. 그 페르소나에 맞게, 유명하지 않더라도, 브랜드 페르소나에 부합되는 인플루언서들을 일관되게 뮤즈로 삼아야,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허공으로 흩어지는 돈을 좀 담아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영상이 엄청나게 바이럴 될 때를 대비해 풀필먼트에 재고를 잘 쟁여두어야 하고, 마케팅 일정 이전에 충분한 제품 리뷰와 친절한 상세 페이지가 완비되어야 하며, 검색어 광고 또한 탄탄히 설정되어야 합니다.
며칠 전, 거래선 미팅 시에, 친한 상사 분께서 인플루언서 비용이 너무 높아서, 인플루언서 또한 AI로 대체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크로스 플러스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에서 비슷한 소재가 다뤄진 만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시대를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동경하고, 부러워해야지, 피조물에 불가한 AI의 능력에 감탄하는 것을 너머 동경까지 한다면, 우리 인류가 너무 비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인플루언서 여러분들 저는 '인간'인 여러분들의 피부와 외모,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금씩 '고통분담' 아니 중소 브랜드 사의 자금 사정도 좀 고려해 주셔서, 동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섭외 비용을 전세금처럼 5% 이내에서 올려주시면 어떨까... 요? 우리 원만한 섭외비 상승을 통해 오래오래 같이 해요.
오전에 마케팅 담당자분이 오랫동안 점찍어 두었던 인플루언서가 내년 3월 즘되면, 2,000달러 정도를 더 올려달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흠, 매출을 2,000달러 더 올려봐야겠습니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듯이, 오르는 그들의 비용 또한 역시 잡을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