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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오늘만 기다렸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26화

by 사호

정확히 날짜를 특정할 수 없지만, 1998년이라는 연도는 기억이 납니다. 왜 갔는지 기억이 없지만, 친구와 함께 양호실에 있었고, 날씨는 맑아서 햇살이 가득 창을 통과해 빛났습니다. 양호 선생님, 지금의 보건 교사 선생님하고 다른 여자 선생님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그때 그 여자 선생님이 저희한테 대뜸,


"너희 오늘만 기다렸다며?"


무슨 말씀인지 영문도 모른 채, 대답도 못하고, 꾸역꾸역 어떤 볼 일을 보고, 양호실을 친구와 함께 나섰습니다. 네, 아마 그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학생 체벌 금지 규정이 적용된 이라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그날 이후에 체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휴대폰,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체벌이 이루어져도 무언가 입증할 만한 수단이 없어서였는지, 체벌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양호실에 계셨던 선생님께 지금에라도 말씀을 전할 기회가 있다면, 적어도 저는 체벌이 금지되기만을 바란 적은 없습니다. 벌에 대해서는 사실 제 자신 또한 지금까지도 좋다, 나쁘다는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체벌의 안 좋은 점만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금지만 한다면, 그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체벌이 두려워서 숙제를 하기도 하고, 준비물을 잘 챙겨가기도 했습니다. 무언가 우리가 우리끼리의 규칙을 어겼을 때, 체벌 없이 무엇으로 우리 스스로를 제재하고, 각성시킬 수 있을까? 더구나,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 유소년들에게 말입니다.


선생님들에게 심하게 맞거나, 그 벌이 이루어지는 것을 본 적도 더러 있었고, 그 중 어떤 경우는 선생님들의 감정이 지나치게 실려있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또 체벌만이 능사라고 볼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과한 체벌을 당했다고 하면, 그 또한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듣기로, 베르사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고 합니다. 개인의 위생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꺼렸다고 하는데, 화장실이 없어진다고, 우리가 용변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것처럼, 폭력이 니쁘다하여, 교사의 체벌이 무작정 사라지게 하였기에, 급작스러운 교권의 추락과 더불어 학교 폭력이라는 또 다른 폭력이 싹트게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체벌이 있어야 교권이 지켜지는 것만이 아닐 것이지만, 체벌을 대신할 수 있는 어떠한 교육적인 연구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들과 여러 관련 케이스들을 사회, 가정, 학교 간 끊임없는 연구 등을 통해 합의해 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졸업한 지도 20년이 넘어가니, 지금은 '체벌의 공백'이 좀 메워졌으리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아까 언급한 교사의 교권 추락 논란과, '더글로리'와 같이 학교 폭력에 대한 콘텐츠가 경종을 울리는 것을 보면, 체벌이 떠난 자리는 여전히 비워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어린이집에도 갈 나이가 안된 우리 딸이 학교에 갈 때 즈음이면, 좀 나아질지, 나아지기를 바라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육장 토끼를 보다가 수업 시간에 늦어서, 선생님께 따귀를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3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사실 그 이후로 얼굴을 맞았던 기억은 그 어디에서도 없었습니다. 물론 수업에 늦은 것은 제 잘못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체벌은 날카로운 기억으로 남기도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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