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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장음, 단음을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27화

by 사호

저에게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변드리겠습니다. 한국어입니다. 사실 어느 누구에게나 가장 어려운 언어는 모국어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원어민이 아니기에, 영어나 중국어나 일본어 구사가 정교하지 않아도, 해당 원어민들은 '귀엽게' 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인 제가 한국어를 소위 '더듬는다.' 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같이 일했던 일본인 동료가 갑자기 기계 관련된 통역을 맡아서 동시통역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어도 너무 잫 구사하는 친구였는데,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인 데다가, 긴장한 탓에, 본인 모국어인 '일본어'를 듬었습니다. 그때 그 친구가 자책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줬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진심으로 그 상황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공감합니다.


그렇습니다. 상황이 어떻든지, 사람들은 원어민에게는 해당 언어를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기를 기대하고,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한국어는 정말 잘 구사해야 하는 언어입니다. 어휘 선택은 물론이며, 들었을 때 바로 잘 구사한다는 느낌부터 주기 위해서는 발음이 중요합니다.


토박이 서울 사람인 제게 표준어 발음이 어렵지 않지만, 보다 고차원적으로 구사하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던 도중에, 기억이 난 것은 바로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장음, 단음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 신체 부위의 눈, 전기 요금의 전기와 위인전의 전기, 모두 장음, 단음 즉 길게 발음하는지와 짧게 발음하는지에 따라 뜻이 달라다는 학습 내용이었습니다. 즉 길게 발음하고 짧게 발음함으로써 동음인 두 단어의 뜻을 구분하여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초등학교 정확하게 몇 학년 때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험에 장음 '전기'와 단음 '전기'를 구분하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때 갑자기 텔레비전 공익 광고에서 배우 임채무 선생님이 전기 절약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목소리와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임채무 선생님이 정확하게 장음 즉 전기를 '즈언기'라고 발음하신 것으로 기억했고, 해당 문제 정답을 맞혔던 기억이 납니다.


21세기에는 국어에서 한자 표기도 사라지고, 더불어 사자성어도, 제가 이야기했던 장음, 단음도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언어도 시대를 반영하기에, 어쩔 수 없이 국어도 변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대한 교과서에서 정석으로 배웠던 국어에 대해 알고 싶었고,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형태의 국어, 한글과 또 그들이 왜 그렇게 쓰여 왔는지 알고는 있어야 21세기의 국어도 올바르고, 좋은 방향으로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고급 한국어를 더욱 잘 구사하는 것은 오직 한국인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고급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고급 한국어를 다음 세대에도 잘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향후 어떻게 변형시킬지는 우리 후대의 선택입니다. 저 국어, 한글을 모두 끼는 마음을 담아 잘 전해준다면, 후대 분들도 그 마음을 느껴서 좋은 방향으로 국어를 발전시켜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임채무 선생님, 당시에 전기를 명확하게 발음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는 목소리도 발음도 명확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생님을 보면서 좋은 배우가 어떤 분들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자주 작품을 통해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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