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25화
어쩌다 보면, 최근에 육아를 하고 나서는 무언가를 두고 오거나, 떨어트리고 오거나, 깜빡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아기랑 어디를 다니다 보면,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혹은 자잘한 짐들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나서, 그 물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있었던 장소가 있다면,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할까요? 저는 그 기억이 있던 장소에 가서, 그 물건이 그대로 있는지 찾으러 가고는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물건을 놓친 장소에 그대로 갔을 때, 그 물건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그만큼 또 많은 분들이 본인 물건이 아닌 것은 취하지 않는 착한 분 들이신 것 같아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과 같은 곳은 주머니 속에 있는 지갑도 채가는 것에 비한다면, '천국' 같은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로 기억을 합니다. 선생님께서 "여러분, 분실물을 발견하였을 경우 어떻게 하나요?" 하고 물어보셔서, 반 친구들이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경찰서에 가져다줘요.",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줘요." 등등 그런데 선생님의 대답이 다소 충격 적이었습니다.
"그대로 그 자리에 놓아두는 편이 제일 좋다."
그 자리에? 누가 가져갈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맞는 말인가? 당시에는 그렇게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몇몇 분들이 그 자리에 놓아두셨기에, 저는 잃어버렸던 그 자리에서 놓고 온 물건을 찾아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하고 나서야, 당시 선생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분실물을 발견했을 때,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준다."라는 선택 사항 또한 아주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행여나 나쁜 사람이 해당 물건을 가져갈 불안감은 낮아지지만, 물건을 바로 찾지 못하고, 분실물 센터까지 분실물 접수가 완료되고 확인이 되어야 찾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입니다.
비록 물건은 주인 없이 방치된 느낌이 있으나,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이라는 '믿음', 그렇게 놓아두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냥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잃어버린 물건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는 것은 이처럼 제각기 다른 종류의 '믿음' 등이 만나서 이루는 기적과도 같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소한 기적을 일상에 자주 바라지 않게 하기 위해,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대로, 주인 잃은 물건이 보이면, 주인이 곧 찾으러 오리라는 믿음, 지나가는 행인들이 그대로 놓아둘 것이라는 믿음을 새기면서, 그대로 놓아두겠습니다. 오래전에, 좋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백화점에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오렌지주스 한 팩을 통으로 놓고 왔습니다. 주차장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한참 뒤에 분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오렌지 주스 상하기 전에, 밟혀 터지기 전에, 지나가시는 누군가가 잘 드셔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경우는 또, 그냥 놓아두는 것이 미덕이 아니겠네요. (웃음) 먹는 것을 주웠다면, 맛있게 드셔주시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