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23화
네, 중어중문학과 졸업했습니다. 복수전공으로는 국제통상학을 전공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남학생들이 어학을 배운다면, 영어 아니면, 중국어였습니다. 그만큼, 한중 수교 이후에 세계 경제를 중국이 떠받들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했던 시기, 그리고, 중국인들에게 하나씩만 무언가를 팔아도 13억 개를 팔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로 인해 어문계열에서도, 중어중문학과의 인기는 높았습니다.
학교에서도, 중국어학개론, 중국사곡선독, 시곡선독 등 다양한 어학, 문화 관련 수업들을 열심히 들었고, 나름 재미도 있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한시 등의 친숙한 내용들을 대학에서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휴학 후, 중국 천진으로 한 학기 정도 사비를 통해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당시에 유학생 기숙사를 먼저 이용했던 학생들이 퇴소하며 '공짜' 국제전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방 전화로 특정 번호를 누르면, 한국에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본인들은 틈틈이 이용해도, 기숙사 측에서 요금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몇 차례 이용하다가, 뭔가 찜찜해서 그만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숙사 측에서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우리 기수에게 퇴소 시 기습적으로 이른바 '공짜' 국제 전화비를 청구하였습니다. 공짜인 줄 알고, 노상 그 회선을 이용했던 학생들은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의 전화비를 울며 강제로 지불해야 했는데, 이때 느꼈습니다.
'아, 여기, 우리와는 체제가 다른 곳이지.'
아마 미국이나, 일본이었다면, 중간에 그 회선을 사용하지 않도록 우선 경고하고, 사용하지 못하게 회선을 끊어 놓던지, 혹은 고지 후에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이용 대금 청구를 진행하였을 것 같습니다. 혹은 '청일전쟁'이라는 소설에서, 중국인들이 '묻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고 읽은 듯한데, 제 기억이 맞다면, 이런 사회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가톨릭 신자였던 저는 중국에 체류했던 시절에, 중국어로 진행되는 중국식 미사(예배)를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긴 해외여행 시에도 주말이 되면, 현지어로 진행되는 미사를 보는 것을 마치 '기념품' 구입하듯, 그 나라만의 독특한 미사 풍경을 눈에 담아 가고는 했습니다. 한국에 귀국하고서 성당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은 중국의 가톨릭은 로마 교황청 주관의 가톨릭과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을 해보니, 중국 성당의 복도에, 중국 천주교에 대한 긴 글이 담긴, 대학교에서 보았던 대자보 같은 것들이 여러 장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신앙생활에 대한 정부 지침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중국 경제, 중국인들과 함께 발전할 각오가 필요한 것임을 잘 몰랐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시겠지만, 해당 시기에 중국이라는 나라는 봉제와 같은 1차적인 제조업부터 붐이 이는 생산 제조 국가였습니다. 따라서, 중국어를 무기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한국에서처럼 깔끔한 대도시에 위치한 '오피스'가 아닌, 현지 지방의 생산 공장에서, 공인들과 함께 땀 흘리는 일자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나 사설 학원에서 당시 중국어 붐을 타고,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 동기들 중에서도 주로 남자 학우들이 현지 파견 근무를 꽤 많이 수행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물론 중국어를 바탕으로 취업을 했다면 말입니다.)
중어 중문학 전공인 학생들이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학만 배워도 딱히 문제가 될만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로 나와보니, 해당 전공자 치고, 그 나라, 중국에 대해 너무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정치 체제와 경제 상황 등, 우리 대한민국과 다른 부분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만한 수업들을 학교에서 필수 수강 과정으로 지정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취업 특강이나, 그가 아니더라도 기타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다면, 중어중문학도로서 사회로 나와 느낀 '실질적인' 경험들을 많이 나누어주려고 했습니다. 중국어 말고도, 영어영문학, 일어일문학도 마찬가지, 그 언어와 문학이 숨 쉬는 국가의 전반적인 부분을 필수 수업을 통해서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규정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대학이 취업 양성소가 아니기에, 저의 이런 주장 또한 너무 '나갔다.'라고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웃음)
대학 1학년 때, 중국어를 제대로 못할 때, 친한 친구가 "너 이러는 거 너희 부모님도 아시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어 관련 전공을 살려 취업하였으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살아남다 보니, 현재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운영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부모님도 제가 이렇게 전공과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는 계십니다.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변화하는 사회와 경제 환경에 더... 더욱 발맞춰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