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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화를 그려보셨나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21화

by 사호

그림 그리는 일은 지금도 좋아합니다. 직장을 가지고 나서, 소소하게나마 다시 그림을 배워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의 미술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매주 토요일에 드로잉 업을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에도 미술 시간을 참 좋아했습니다. 교과서 교과 과정대로 진행되는 시간도 좋았지만, 가장 좋아했던 것은 '상상화 그리기'였습니다. 과학 관련된 상상화를 주로 그리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 그 상상화 속에 그렸던 것들이 지금 성인이 된 제 주변에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화상 전화기,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서 즉 지금의 스마트 폰이 존재합니다. 태양열 발전기, 이미 태양열 패널들이 설치된 집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전기 자동차도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입니다. 우주여행은 곧 가능할 것 같고, 사람과 상당히 유사하게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들도, 상용까지는 아니지만, 박람회 혹은 방송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서빙을 해주거나 안내를 해주는 로봇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유전자 연구를 통해, 다양한 유전자 변형 식물들이 식자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해성에 대해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저 또한 여러 상상화들을 그렸는데, 물과 태양열로 가는 자동차를 그려봤던 기억도 나고, 우주정거장도 한 번 그려봤던 것 같습니다. 금의 어린 학생들에게도 과학 상상화 그리기 과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있다면, 이미 '고도화' 된 사회에 사는 어린이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아이들의 상상화를 엿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가 밝게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에 과학의 발전은 무한한 풍요와 편리를 줄 것으로 생각했었고, 당시의

사회 분위기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 후에는 무언가를 상상해 볼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미약하게나마 신경 쓰고 상상해 본 것은 매년 가을 즘에 다가오는 회사의 사업 계획, 그 매출 계획의 숫자 정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무언가를 상상하며, 명확하게 그리기까지 한다면, 결국은 이뤄진다는, 혹은 그 미래가 내게 온다는 진리를 어쩌면, 그 어린 시절에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조건 장밋빛 미래를 그려서도 안 되겠지만, 우리 성장 후에는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에, 회색빛 미래를 주로 그리며 살지 않았을까, 그러니, 회색 빛으로 채색한 만큼, 장밋빛으로 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그때처럼 미래를 상상해 봐요. 잠시라도, 파스텔톤을 떠올리며, 우리의 머리가 굳어졌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 구석 정도는 말랑한 '구석'이 남아 있을지 모르잖아요. 상상하는 만큼,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상상화가 다소 엉뚱해도, '말도 안 된다는' 핀잔을 주신 선생님들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물어보며 잘 들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린아이의 생각에도, 눈 맞추어 공감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제 아이에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시절, 미술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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