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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Sep 06. 2024

올리브영에 잘 보여야

해영미로 31화

저희 동네에 올리브영이 갑자기 철거 공사를 하길래 매출이 부진해서 빠져는 것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로 100m 정도 떨어진 스타벅스 맞은편에 몇 배 더 넓은 건물의 1층 위치에 새롭게 이전할 계획이었던, 아니 이미 공사가 모두 끝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올리브영은 H&B store 채널로 불리던, 일종의 화장품 등 뷰티 품목 및 건강식품, 관련 제품들을 팔던 오프라인 채널이었습니다. 그와 유사한 스토어는 Watsons로 국내에 들어왔던 랄라블라, 롯데 그룹이 론칭한 롭스가 있었고, 그와 유사하게 신세계가 시작했던 분스, 역시 신세계가 영국에서 들왔던 boots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사라지거나, 축소되었고 올리브영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H&B store 채널 아니, 한국의 뷰티 오프라인 채널은 오로지 올리브영만 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의 브랜드들과 협업을 할 경우,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너희 브랜드가 한국 올리브영에 입점이 되어 있는지 아닌지 여부입니다. 한국에 가장 크고 공신력 있는 채널에 입점이 되어 있다면 해당 브랜드를 신뢰할만하다고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명동에 있는 올리브영 아니 명동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핫플레이스에 있는 리브영에 가보시면 이전과는 좀 달라진 부분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바로, 쇼핑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무지하게 많아졌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를 켜고 라이브를 하는 순간, 몇 명 아니 몇 천 명에까지 그 파급 효과가 미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 올리브영에 없다면, 한국에 팔지 않는 제품일 것이며, 그 올리브영에서도 어느 매대에 놓이느냐가 얼마나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뉴얼되기 전의 명동 올리브영 2층 계단 앞에 비치되어 있었던 브랜드 조선미녀의 제품들이 생각납니다. 2층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지나가야 하는 곳에 제품을 올려두었으니, 어쩔 수 없이 제품을 보거나 호기심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을 만져보기까지 할 수 있

그 자리, 100% 그 자리의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지금 조선미녀는 큰 성공을 거둔 K-beauty 브랜드 중 하나로 크게 자리 잡은 것 또한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국내 매출이 잘 나오는 제품이어야 좋은 매대, 좋은 위치에 제품이 배정받을 수 있을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국내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해외에서도 잘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일 국내 매출이 뛰어나지 못해 올리브영 내에서 좋은 자리를 받지 못할 상황이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리브영에 잘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띄워놓고 집필을 하고 있는데, 글의 제목을 본 해외영업팀 동료 분들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올리브영에 어떻게 잘 보여봐야 할지, 해외 판매 전략과 함께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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