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엄밀히 말해서 제가 다닐 때까지는 '국민학교'에서 국어 과목 중 '말하기 듣기'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 과목이 뭐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든 일상생활에서, 영어도 아니고, 국어는 매일 말하고 듣는 것인데, 게다가 배우는 것들을 보면, 너무 당연한 말들 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말을 하기 전에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 듣는 사람인 "청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말해야 한다."라는 정답을 4개의 선택지 중, 오답을 피해고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 물론 '청자'라는 말뜻을 모르는 학생들은 오답을 고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 과목에서 다만 어려웠던 것으로는 국어의 '장음', '단음'을 구분하는 것, 즉 내리는 눈, 신체 부위 중의 눈 같은 한글 자음, 모음을 쓰지만, 어떤 '눈'을 길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인데요. 제 기억에는 내리는 눈을 장음으로 길게 발음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도 장음, 단음을 가르치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말하기 듣기' 과목이 어른이 되어서 생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였습니다.
'말을 할 때는 청자를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중요한 보고를 해야 할 때, 이 보고를 들어주실 상사 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월요일 아침, 급한 일이 많을 때인지, 기분이 어떠신지,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가벼운 점심시간인지, 즉 '청자'의 상태, 컨디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좋은 컨디션이 아닐 때, 중요한 보고를 한다면, 예를 들면, 점심시간에 보고를 드리면, 대수롭지 않은 대화들 속에 쉽게 잊으실 수 있고, 격무가 있으신 시간에 이야기를 드리면,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쳐 들으실 수도 있고, 기분이 좋지 않으실 때 보고하면, 괜히 한 소리(?!) 더 들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동료들 혹은 연차가 적은 직원들에게 업무 상 무언가를 설명해 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알고 있으니 상대방도 알겠거니 생각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설명했는데, 상대방이 전후 좌우 사정을 잘 모르고, 눈치를 보다, 아는 척 넘겨 들었다면, 해당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청자의 '이해'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주어를 빼지 말고,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려는데요. 어디까지 들으시고, 알고 계실까요?" - 물론 이렇게까지 사무적으로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만 - 그 부분을 확인해야, 나중에 어떤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둥, 그 부분을 몰랐었다는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대화는 마주 대하여 말을 하는 것입니다. 즉 혼자 떠드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소통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배움의 과목이 바로 '말하기 듣기' 였던 것 같습니다. 가장 원초적으로 대화가 무엇인지,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가장 쉬운 단어로 과목 이름을 지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그 과목에서 더 어떤 중요한 것을 배웠었나 되짚어보고 있는 바로 오늘입니다.
어떤 분들은 제게 이렇게까지 청자를 고려하고, 참 피곤하게 산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참, 제 이야기를 청자가 멍한 눈으로 듣는 것을 참기가 어렵습니다.대화에도 맛이 있는데, 맛있는 음식 먹고 싶은 것처럼, 저는 참 대화도 '맛있는 대화'가 좋습니다. 다른 분들이 저를 대화 '맛집'으로 여겨주시고, 미슐랭이 있다면, 그것마저도 받고 싶다 보니, 앞으로도 피곤히 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