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정신없이 지내던 요즘, 이제 돌이 다 되어가는 아기는 이곳저곳을 가리키는 '포인팅'을 시전 중에 있습니다. 조금만 신기하다고 생각하면, 바로바로 조그마한 손가락을들어야무지게 대상을 가리킵니다.
어느 날, 아기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아기가 천정을 가리켰습니다. 조명에 불도 안 들어왔는데, 하고 올려다보니, 실링 팬이 달려 있었습니다. 순간 '아' 했습니다. 우리 집에 실링 팬이 있었어. 그래, 아파트에 실링 팬을 설치하자고 하던 아내가 참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쁘게 설치해 두고, 망각을 해버렸습니다. 이미 8월 말, 여름은 다 갔는데 실링 팬은 원망스럽게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겠죠. 그 실링 팬은 자신을 알아봐 준 우리 아기에게 매우 고마워했을 것 같습니다. (웃음)
어렸을 때, 선풍기 같은 실링 팬은 왜 애매하게 천장에 달려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후에 과학 시간에 배운 공기 대류를 배우고 나서. 그 궁금증이 깔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찬 공기는 무거워서 아래에 머무르고, 더운 공기는 가벼워서 위로 머무르기에, 실링 팬이 천정에서 가볍게 떠 있는 더운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면서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구나. "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무풍 에어컨 아래에 서큘레이터를 두면, 공간이 빠르게 쾌적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무풍 에어컨의 냉기가 아래로 떨어지면, 서큘레이터가 그를 받아서 올려주어 공간 내에 공기를 빠르게 냉각시켜 줄 수 있어서 이겠죠. 만일 이 또한 과학 시간에 배우지 않았다면, 공간에 공기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알지 못하고 애꿎은 에어컨 성능을 탓하면서 더 비싼 에어컨을 사려고 노력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겨울철 찬 공기를 대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찬 공기가 아래에 머무르기 때문에 문을 열어두면 아래로 냉기가 침투하고, 위로 온기가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 부분은 과학 시간에 향에서 나는 연기를 사용해서 실험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철 차량에 탑승해서 실내 기온을 빠르게 데우려면, 히터의 송풍구 방향을 아래로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송풍구를 위로 두면, 상반신은 온기를 느낄 수 있으나, 여전히 발은 매우 시리겠죠. 어릴 적에 배웠던 과학으로, 적어도 발이 시린 겨울은 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 내내 놀았던 실링 팬은 이번 겨울에는 조금 사용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더운 공기가 위에서 내려와야 차가운 바닥을 데우는 연료비가 줄어드는데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숲이 우거진 풀빌라의 실링 팬이 아닌, 눈 오는 겨울날 온기를 쏘아주는 실링 팬이 참 운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올 겨울 가스비도 걱정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