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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Sep 10. 2024

유모차 모기장이 찢어졌을 때

어릴 적에 공부 더 열심히 할걸 2화

유모차만 구입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겨울에는 아이가 추우니까, 방풍, 방한 덮개, 여름에는 쿨링 매트, 거기서 그치지 않고, 차양막이 있음에도 햇빛 가리개, 그걸로 정말 끝일 줄 알았는데, 모기에 물릴까 봐, 유모차 모기장까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유모차에 뭔가 치렁치렁한 것이 달려있게 되었고, 급기야 어느 날 유모차를 접었다가 펼 때,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치렁치렁한 유모차 모기장이 유모차 어딘가에 걸리게 되어 펴지지 않았던 것이었죠.


모기장을 써야 하는 계절, 무지하게 더운 날씨, 펴지지 않는 유모차, 급히 가야 하는 일정은 저의 짜증을 돋웠고, 결국 완력을 담아 억지로 유모차를 잡아 피자, 유모차 모기장은 저의 짜증에 감히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찢어져 버렸습니다. 그 찢어진 모습에 짜증에서 화로 감정이 번져버렸고, 찢어져 너덜거리는 모습이 계속 눈에 거슬렸습니다.


부위가 크지도 않은데, 저걸로 수선 집에 맡기는 것도 애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심결에 실과 바늘을 찾아서, 파손된 부위를 어떻게 꿰매 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놀랍게도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배웠던 바느질이 생각났습니다. 당시에도 실과 바늘, 초크까지 들고 다니면서, 국, 영, 수과목에는 한참 뒤로 밀려, 존재감은 없었지만,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것은 좋아했기에 나름 열심히 수업을 듣고, 때로는 즐겼던 기억이 났습니다.


'휘갑치기' 바늘을 회오리 돌리듯, 돌려서 찔러 돌리는 듯한 동작,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바로 이거지, 기억을 되살려, 휘갑치기를 돌려서 탄탄히 조이니, 파손된 부위는 제법, 티가 나지 않게, 메꿔졌습니다.


첫 직장이 봉제완구를 다루는 곳이었기에, 실습을 위해 중국 공장에 파견되어 일을 배울 때도, 생각해 보면, 실과 시간에 배웠던 바느질들이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실습으로 완구를 만들어볼 때도, 수출 전 제품을 검수할 때도, 업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정생활, 그리고 여학생들에 적합한 인상을 당시에 주었는데, 실제로는 업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과목이 될 수 있어서 인상이 싶었습니다. 단지 유모차를 꿰맸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에 아주 오래전 수업 시간을 떠올리며, 아직은 기억력이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뜻밖의 안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늘귀를 바라보는 제 눈은 확실히 세월을 완벽히 흡수한 것 같네요. 낙타는커녕, 제일 가느다란 실도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10여 년 전, 다른 사람들 보다 무릎은 빨리 시렸어도, 노안에는 강할 줄 알았는데, 루테인.. 지아잔틴? 아니면 오메가 3? 이렇게 또 영양제의 종류는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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