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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Oct 01. 2024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말의 근간은 한자

늦게나마 깨달았으니 괜찮을 거예요 4화

어렸을 때, 기억을 해보면, 어린이 신문에 '하루에 한자'라는 신문 코너를 가위로 오려서 한자 공책에 붙이고, 그 한자를 노트 한 페이지 꽉 차도록 반복해서 연필로 꾹꾹 눌러쓰곤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고백해 보면, 그때에도 저는 한자를 좋아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느낌으로 글자를 쓰는 묘한 기분을 즐겼습니다. 특히 '삐침'이 있는 한자 쓰기 좋아했습니다. '삐침'이 뭔가 한자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모양새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펜을 들고 한자를 쓰는 것은 잘했지만, 붓을 들고는 잘 못썼습니다. 게다가 가방에 넣은 먹물이 쏟아져서 제 책과 노트를 망가트려 놓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 지금도 기억날 정도니, 이 일로 인해 당분간 서예, 붓글씨를 좋아할 일 또한 없었습니다.


얽히고설킨 한자에 대한 저의 마음이 애정으로 바뀐 것은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면서였습니다. 어릴 적에 배워둔 한자로 인해 간체자 - 중국 대륙에서 쓰는 모양을 간단하게 변형시킨 한자 - 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말 또한 한자로 이루어진 한자어가 많으니, 이를 바탕으로 중국어 단어를 습득하는 부분도 빨랐습니다.


해외 업무를 하면서, 일본어를 접하게 될 때에도, 한자를 공부했던 것은 매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국어에 간체자가 있다면, 일본어에는 복잡한 한자를 간편히 개량한 간지가 있습니다. 간지를 볼 때에도 원래 한자를 알기 때문에 읽지는 못해도 모양을 유추해서 글을 보면 뜻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무운을 빈다. ' 는 말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대체로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세대에서 그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해, 포털에 검색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싸울 무, 즉 '무술'에서의 무 자와 운세 할 때의 운이 결합되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거나,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말이었는데, 이를 없을 '무' 자만 기억하는 일부 학생들이 운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한글로 쓰더라도, 그 기원이 한자어에서 온 우리말이 많이 있기에, 한자를 공부해 두는 것은 우리말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당시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한자를 배웠기에 우리말의 정체성을 깨달으며, 나아가 동아시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기에, 한자 교육을 받았다는 것에 큰 자부심이 듭니다. 정말입니다. 많은 분들께 취미로라도 한자를 배우시기를 권합니다.




일본도, 중국도 간체자나 간지와 같은 간편화된 한자를 사용하고, 디지털 기기 자판으로 한자를 배워서, 한자를 인식은 하지만, 펜으로 정확하게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쓴 것만으로도 그런데, 한자는 역시 손으로 써야 맛이 난다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정말로 꼰대 소리를 듣겠죠? 그래도, 한자는 직접 눌러써야, 참 교육이 됩니다... 네, 시원하게 꼰대 인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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