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 신상에 여러 변화가 일어나면서, 심적으로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아니 힘이 듭니다. 더욱더 힘이 든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결국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회사를 옮길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고민이 있는데, 옮기지 않았어도, 힘들었을 것이고, 옮겼어도 힘들었을 것 같은, 어떤 선택을 하던 결과적으로 꼼짝없이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경우라면 제 말 뜻을 이해해 주실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 꼼짝없이, 바둑의 호구로 들어가는 것처럼 힘든 시기를 지나야 만 한다면,저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견뎌내야 하겠죠.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낸다면,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초, 중, 고등학교 교육 과정 중 과학, 지구과학 과목 중 어느 수업 중에 몇 차례 배웠을만한 편마암과 대리석이 떠올랐습니다.
지층, 모래와 진흙이 물에 의해 떠다니다가 퇴적이 되어, 바로 지층이 되고, 그 지층이 압력을 받아, 단단해져서 돌로 변해 사암, 이암이 됩니다. 사암, 이암, 즉 퇴적과 압력으로 이루어진 돌들이 마그마 등 지구 내부의 강한 열과 압력을 과분히 받는다면, 편마암이나, 대리석으로 변모한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극도의 힘든 시기를 지나게 되면, 깨닫고 배우는 것이 많아집니다. 무엇보다 그 시기를 잘 견뎌내려면, 감정과 두려움, 불안함을 잘 통제하여야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에 이를 잘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평범한 이암, 사암이 극도의 마그마, 지구 내부의 고온, 고압을 받으면, 내부 재질이 변형되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대리석으로 거듭난다. 마치 지금의 어려움을, 출구가 꽉 막힌듯한 이 시기를 지나면, 저 자신의 몸값(?) 도 올라갈 수 있을지, 피식 쓴웃음을 지어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돌은, 암석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단지 변모했을 뿐, 보다 단단하고 아름답게 말이죠. 저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어떠한 어려움과 극한 상황도 제 자신을 사라지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그리고 또한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또한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값지게 변모할 자격이 있습니다.
사실 솔직히 어느 순간에는, 값진 삶을 바라지 않을 테니, 그저 힘들지 않게 굴곡 없이 살게 해 주시면 안 되겠냐고 기도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하느님이시자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도 돌아가시기 전에 '이 잔'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 하셨는데, 결국 수난의 길로 들어서셨으니... 제게 편안한 삶이 허락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