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래퍼들의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할 때, "네가 뭔데 나를 판단해. "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이 말을 입력하면, 해당 내용이 그대로 검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사람을 평가합니다. 여러 가지로 그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학창 시절의 성적부터, 직장 생활 시, 매 년 받는 인사고과, 심지어 이직을 할 때 흔히 하는 '레퍼체크' 즉 레퍼런스 체크 또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공적으로는 이러한데,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지극히 사적인 평가는 너무너무 많이 이루어집니다.
유교 사상으로 인해 이전에 윗사람들은 평가받지 않고,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으나, 교수 평가, 임원 평사, 다면 평가 등의 이름으로, 아랫사람 -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겠죠? - 돌려 말하면, 나이를 많이 먹어도, '젊은 세대' 들에게 공적인 평가를 받는 아주 민주적인 사회로 보이는 요즘입니다.
한 번은 저도 이제 나이가 좀 있다고, 같이 일하는 젊은 직원들에 대해 사적인 이야기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가급적 말을 조심해야겠다 싶은 것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서로가 평가당하는 부분도 있다 보니, 제가 뱉은 말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를 나누는 분들의 생각과 제 생각 즉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약간, 조금(?) 불편한 대화 속에서 갑자기 초등학교, 국민학교 2학년 때 즘 보았던 삽화가 생각났습니다. 농부와 누렁 소, 검은 소, 정승이 그려진 삽화였습니다.
기억나실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황희 정승이 길을 지나다 농부에게 검은 소와, 누렁 소 두 소 중 어느 소가 더 일을 잘하나라고 물었더니, 농부가 저 멀리서 뛰어와 정승의 귀에 대고, 누렁 소가 더 잘합니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계급이 존재했던 조선 시대에, 어찌 농부가 정승의 귀에 대고 속삭일 수 있겠는가 라는 지극이 메마르고 건조한 시각 말고, 능력 차이가 존재하기에 평가를 해야 하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도, 평가 대상이 비록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을 마음을 헤아려, 뛰어오는 수고를 해준 그 농부의 마음씨를 뜬금없이 떠올려봅니다.
맞습니다. 평가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 하는 인간 세상의 이치지만, 그 형식과 그를 행하는 마음은 잔인하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적어도 저와 같이 일하는 분들, 같이 머무르는 분들을 평가하게 된다면, 그 때라도 최대한 예의와 마음을 갖추어야, 아니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누렁 소가 더 일을 잘한다는 말을 전하러 뛰어온 농부를 보고 참 유난하다고, 웃기다고 치부하지 않고, 그 농부의 마음씨를 알아보며 감명을 받은 정승도, 이 이야기를 후세에 남겨준 분도 정말 좋은 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을 지닌 분들을 만나는 행운이 깃들기를 빌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