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 번 말씀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저의 첫 직장생활은 중국에 주재하면서 시작하였습니다. 디즈니로부터 주문을 받아, 봉제완구 (Plushed toys)를 개발하고,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주문 및 생산을 함께 관리해 가는 업무를 하였습니다.
선적 전에 앞서 카툰 박스 포장 상태를 점검하는 일은 당연한 업무입니다. 제품들이 입수에 맞게, 폴리백에 잘 포장되어 있는지, 해당 제품이 맞는지출고 담당자가 임의의 상자를 추출하고, 상자를 열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디즈니스토어 담당자인 제가 확인하고, 답 메일을 보내주고는 하였습니다
백설공주완구 제품의 경우, 디즈니스토어 유럽향은 망토를 입은 Snowwhite with cape였고, 디즈니스토어 미국향은 망토를 입지 않은 Snowwhite 제품으로 수출되었습니다.
어느 날, 디즈니스토어 유럽, 당시에는 영국 측에서 메일이 한 통 날아왔습니다. "백설공주 제품에 망토가 착용되어 있지 않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위와 같이 확인 과정을 거쳤으나, 미국과 유럽이 수출할 백설 공주를 한 번에 제조하였고, 출고 또한 비슷한 시기에 진행이 되었고, 그렇기에 출고 전 상태 사진 확인도 동시에 진행하였으나, 출고 직전에 제품이 맞바뀌는 사고(?)가 발생하여, 미국에 가기로 한 망토 벗은 백설공주가 유럽에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백설공주가 망토를 버리고 영국으로 가셨지만, 공주님 망토는 반드시 영국으로 가져가 드려야 합니다. 우선 이런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게 메일로 바이어 분들께, 사정 설명은 잘해드려야 합니다. 걱정하시지 않도록, '누락' 된 것일 뿐 다른 품질 문제는 없다는 부분과 신속하게 이 사고를 어떤 일정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수습해 드릴지 명확히 제시해 드리고, 승인을 받습니다.
저의 수습방안은 망토와 망토를 고정할 태그, 태그 건을 보내드리고, 착용 방법 등을 공유하고, 현지에서 그를 달아줄 인원 분들 섭외를 요청드려보고, 해당 비용만큼 크레디트 노트를 발행해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드린 제안을 바이어 분들이 너그럽게 수용해 주셨습니다.
정해놓은 업무 프로세스를 잘 지켜도, 생산이 해외에서 이뤄지다 보면, 아무래도근무자 간 미세한 언어 장벽, 근무 환경, 문화, 관행 차이로 인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부분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바이어 분들의 입장에서 느끼실 수 있는 불쾌함과 업무 차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즉각적으로 제시하는 센스(?)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기억해 봅니다. 그리고 당시에 이 사태에 대해 같이 걱정하고, 제안에 도움을 주셨던, 부장님 및 동료 직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기를 데리고, 아웃렛에 갔다가, 디즈니 스토어를 가게 되었습니다. 진열된 공주 시리즈들을 살펴보다 옛 생각이 나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 백설공주님은, 방토를 입어야 비로소 공주님 같습니다. 카리스마도 있어 보이고요. 다시는 망토 버리고 나가지 마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