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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Sep 22.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35 공부하는 엄마

D+205  2020년 9월 22일


#12번째등교일

2학기 개학날 등교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며 또 3주간의 가을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중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력 격차가 심해지며 학교에서는 주 2회 등교 안내를 알리미로 보내주었다. 홀, 짝수로 등교하던 1학기와 달리 2학기는 가나다 순으로 나눠 주 2회 학교 문턱을 밟아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동안 교실에서 수업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12번째 등교일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과 면담했다. 가을방학 중 부산 친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친정 엄마가 옆에 계시는 상황에서 내 아이의 첫 담임 쌤과 전화로 상담을 하는 건 참 묘한 기분이었다. ‘엄마는 그 옛날 선생님과 상담할 때 기분이 어땠을까? 나는 그때 어떤 학생이었던가?' 궁금한 가운데 오후 2시 반이 되길 기다렸다.


전화가 울렸고 나는 바로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말했다. 담임 선생님은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대부분 꽁이에 대한 좋은 의견이셨다. 내가 생각하는 꽁이의 장점 그대로를 알고 계셨다. (물론 단점도 ㅠㅠ) 매사 밝고 적극적이고 눈치가 빠른 특별하고 기분 좋아지는 아이라고 말씀하시며 이런 아이를 딸로 두어 너무 좋겠다고 하신다.


예전 어린이집에서 처음 상담할 때 꽁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선생님을 돕는 아이이며, 이런 손녀/딸을 갖고 싶다고 하시던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코로나 19로 엄마랑 집콕하면서 엄마에게 칭찬보다 잔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된 것 같아 꽁이의 자존감에 내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밤마다 반성하는 엄마는 울컥했다. ‘언제까지 꽁이 같은 딸을 두어 너무 좋겠다는 말을 선생님께 들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불쑥불쑥 올라오는 엄마의 조급함을 좀 더 내려놓기로 했다.




#공부하기좋은계절 

경기평생교육학습관에서 9월 한 달 동안 다양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어 필요한 수업들을 신청했다. 초등 엄마를 위한 '사고력 수학' 'AI시대 자녀교육' '독서지도' '하브루타' 등을 수강하다 보니 오전마다 Zoom에 접속해서 선배들의 지혜를 얻고 있다. 외동아이 하나 키워놓고 나 이렇게 해서 잘 키워냈다는 엄마들의 정보가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혜안을 얻은 강사들의 강의를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했다. 이제 내 아이를 위해 잘 소화해서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때 과학고 입시 준비를 했던 나는 수학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각형 면적은 어찌 구했지? 유리수와 무리수는 뭐였더라... 그동안 밥벌이하는 데 쓰이지 않았으니 엄마인 내가 그 옛날 수포자는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연산 학습지 하기 싫어 도망 다니다가 울었던 기억이 선명한 나였기에 내 아이 역시 억지로 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선행이 아닌 예습 수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2학기에 배우는 두 자릿수 덧뺄셈과 시계 보기를 미리 알아두는 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엄마는 사고력(창의) 수학 강의를 신청해 배우고 있는데, 다양한 수학 교구를 활용해 생각하고 서술하는 수학을 풀어본다. 아 숫자 1에서 100까지 쓰인 숫자판에 엄청난 비밀과 재미가 들어 있다니.... 속도보다 개념을 일깨워주는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세대라 무척 흥미롭다. 교구를 구입해 아이와 1~100 숫자놀이를 하고 있다. 배운 걸 가르치는 게 가장 좋은 학습법이라고 했던가? 꽁이는 터득한 걸 다시 매직이에게 설명한다. 매직이 공부 노트에 문제를 내주고 가르친다.


나는 이 아이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물론 엄마 마음대로 길을 이끌 수는 없고 우리가 함께 어떤 교육을 받을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얘기하며 걸어가고 싶다. 예전부터 이우학교를 눈여겨보고 있는 지라 나는 독서지도와 하브루타 강의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어려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나이기에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요하진 못할 것 같다. 다만 책을 어려워하지 않고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독서노트를 써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동안 읽은 책을 기록하고 한 줄 감상문을 쓰려고 하는데 아직은 습관이 되진 않았다. 나는 워드 파일로 십진분류법에 맞춰 아이가 읽은 책들을 카테고리 별로 정리하고 있다. 아직은 그림책 류의 문학이 가장 많다. 강사는 문학/역사/철학 순으로 책을 읽으면 좋다는데 아이의 부족한 카테고리를 점차 채우며 6년 동안 발전하는 모습을 기록하려고 한다. 이걸로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가고, 대학교 간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사실 하브루타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 독서기록이야 엄마의 도움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지만 생각하는 힘과 비판하는 즐거움은 여럿의 다름이 모여야 늘어나는 법이다. 얼마 전 아이와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에 갔다. 책을 몇 권 골라왔길래 왜 선택했냐 물었다. 표지의 그림과 제목이 재밌어 보인다고 했다. 각자 책을 읽고 내용을 설명하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점찍어보았다. 하브루타의 시작이 책의 내용을 궁금해 여기고 예상해 보고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까?’ 달리 생각하는 것부터 아닐까. 그렇게 밤마다 엄마는, 꽁이는, 또 매직이는 각자 눈높이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최근 강의를 들으면서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쉽게 혁신대학이라 불리는데 미래의 내 아이가 갈 대학 역시 수많은 대안교육 옵션이 생길 듯하다. 나는 꽁이가 스스로 영어가 필요한 이유를 느끼고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고를 가진 또래들과 어울리길 바란다. 지금 8살이 영어보다 수학이 필요한 이유도, 연산이 아닌 사고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어쩌면 엄마의 논리)가 그렇게 연결되고 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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