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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30. 2021

8살, 코로나 입학생 #40 1학년같은 2학년

D+394  2021년 3월 30일




#2학년이라쓰고, 1학년이라읽는다.

교육부 발표대로 초등학교 저학년은 2021년 3월 2일부터 매일 등교 중이다. 개학 날엔 꽃다발을 든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이 운동장에 보여 정상적인 새 학기가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 아이는 못해 본 입학식이다. 입학식 때 입힐 옷을 준비하고 예쁜 꽃다발을 인스타그램에서 주문하려고 했던 1년 전으로 기억을 되감기 시작했다. 잠깐 슬픔과 아쉬움이 몰려왔지만, 아이는 시업식 후 하교하며 새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2학년 1반의 새로운 규칙들을 설명하느라 매우 바빴다. 학교를 매일 간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날 텐데 하루하루가 얼마나 신기할까? 작년에 45일 등교했다고 2학년이라고 하지만, 엄마 눈엔 그냥 1학년이다. 모든 게 어색한...



개학 일주일 전, 키즈노트에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지난해, 7세까지 다니던 어린이집 졸업식도 취소, 무기한 연장되는 바람에 키즈노트 상엔 아직도 아이들은 열매반으로 등록되어 있다. 원장 선생님은 계속 늦출 수가 없어 토요일 오전에 Zoom으로 2019 학년 열매반 졸업식을 진행하시겠다고 했다. 얼마나 기쁜지 1년 동안 연락이 뜸해진 엄마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며 Zoom으로 꼭 만나자고 얘기했다. 1년 전에 준비했던 졸업식 의상을 입고 꽃다발을 들고 노트북 앞에 앉아 7세 때 추억이 담긴 영상들도 보고,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친구들과 안부를 전했다. 화면 안에서 졸업장을 수여받을 때마다 친구들과 엄마들은 힘차게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뒤늦게 전달받은 졸업앨범과 친구들의 선물들을 뜯어본 뒤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짜장면을 먹으며 마무리했다. 이런, 입학식만 못했네.




#2학년엄마가된다는것

지난해 코로나 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학교와 기관 내 시스템도 많이 개선되었다. 2021년도는 학부모 총회, 학부모 모임 등을 Zoom으로 진행하겠다는 e-알리미가 왔고, 나는 지난해에 관심을 두지 않은 학교 내 부모 참여 영역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 운영위원회나 반대표가 되지 않아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건 학부모가 가져야 할 1순위라고 생각한다.


학교알리미에 접속해 업데이트된 공시자료를 확인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런지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부모 참여 관련 강의와 선생님들과 좋은 릴레이션쉽을 쌓으며 아이를 키워내는 강의도 듣게 되었다. 학교의 민원인이 아니라 동행자로서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나 먼저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잘 지켜지면 좋겠다. 당장 아이가 학교나 선생님께 서운한 사항이 생기거나, 친구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학교에 건의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조곤조곤 써서 메일로 보내볼까, 아니면 한 달만 더 기다렸다가 학부모 상담주간에 말씀드려볼까 하루에 열두 번은 고민한다.


2학년 엄마가 된 뒤 가장 큰 애로사항은 1학년 때와 비교될 때다. 1학년 땐 이랬는데, 2학년 땐 이렇지 않다 등의 비교 등식이 세워질 때. 1학년 담임선생님은 잘하는 아이들을 매우 칭찬하는 분이셨고, 청소나 급식 배식 시 공평한 규칙을 정해서 그걸 꼭 지키시는 분이셨다. 꽁이는 몇 번 칭찬을 받아 으슥했던 때가 있었고, 순번에 변수가 없어 자기가 청소나 급식하는 날을 예측해 준비할 수 있었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좀 더 자유로운 스타일이신 것 같은데 아직 새학기라 규칙이 없다 보니 급식 배식을 마지막에 받는 날이 많아 친구들보다 늦게 하교하는 날이 잦았다. 서운하지 않도록 선생님들마다 학급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얘기하지만 아이보다 엄마 마음에 생채기 나는 날이 더 많다.


두 번째는 주간 학습계획이 올라오지만,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엄마가 잘 모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교과서를 학교 사물함에 놔두고 교실 안에서만 보는데 막상 가정에는 교과서가 없어 수업시간에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아이가 얼마나 이해하고 따라가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1학년 땐 블렌디드 러닝이라 무겁게 들고 다녔는데, 막상 교과서가 없으니 엄마는 학교 교육에서 배제된 듯한 소외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국어와 수학 교과서를 따로 주문해서 집에서 펼쳐보며 이런 걸 배우는구나, 교과서에 수록된 글이나 그림, 동요 등을 미리 보고 있다. (물론 아이는 교과서를 살 수 있다는 거에 무척 놀랐다 ㅎㅎ) 도서관에서 빌려본 동시가 국어책에 나오고, 엄마와 해본 만들기나 놀이를 학교에서 할 때 얼마나 신날까?


그리고,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함께 따라오는 건 친구 간의 갈등이나 문제들이다. 친했던 친구와 다른 반이 되고 새로운 반에서 새 친구를 사귀게 되는 새 학기가 얼마나 힘들까 이해되면서도, 막상 교우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때 엄마는 큰 걱정이 앞선다. 예전 단짝 친구에게 새 친구가 생겨 둘 간의 관계가 느슨해질 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둘 이상 셋, 넷으로 확대될 때 전체가 어울리지 못하고 하나, 둘 씩만 놀게 되어 따돌린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경우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엄마가 개입을 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고민을 갖는다. 아이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지켜보고, 불편함을 느낄 경우 자율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가고 싶다. 아이를 위해 숲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자신의 무대에 올라 다른 이와 말로, 몸짓으로 생각을 표현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그림책 ‘첫 번째 질문’ 중




#갑질하지않는엄마

새 학기 한 달간 생기는 아이의 속상함과 서운함, 그리고 불안함은 엄마에게 오롯이 전해진다. 나 역시 세세한 감정까지 느끼고 온전히 소모시키느라 스트레스가 심한 성향이라 나는 아이와 한 몸처럼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이의 친구에게, 그 엄마에게까지 확장되어 나도 모르게 서운함을 표현해버리는 애송이가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짐하게 되는 것은 ‘나의 기질과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그 둘을 분리시킬 것, 그리고 아이의 속상함은 충분히 받아주되, 갑질 하지 말 것’이었다. 나는 갑질 하지 않았다. 당장 물어보고 싶은 것도 몇 시간, 며칠을 기다린 뒤 질문하도록 스스로 훈련을 했다. 그러기 위해 내 시간과 일을 가지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생태, 환경을 보호하는 봉사활동과 새로운 마을 공동체 사업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했다. 운동도 시작하고 100일 동안 하루에 그림책 한 권을 읽고 기록하는 프로젝트 100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19 속에서 나는 나로 살아가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 꽁이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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