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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 김윤후 Jun 20. 2019

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1

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1

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1

    나이를 먹을수록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던 학창 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인정하게 되면서 나 역시도 이제는 어른이 되었구나 라고 느껴집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런 경험들 덕분에 우리는 더 성장하고  강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하루하루 현실과 싸우고 있을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원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1


  별다른 꿈도 없이 대입 준비를 하던 시절 우연히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1화부터 26화까지 하루 만에 정주행을 할 정도로 감명 깊게  보았다.  나의 가슴속에는 어느새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꿈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애니메이션 학과에 진학했다.

  누구나 학창 시절엔 꿈을 꾸듯이 나 역시도 입학 후 한동안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꾸면서 지냈다.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는 것은 참으로 괴롭고 힘든 일이었지만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고 그것들이 움직이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그럼에도 내 안에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가기 시작했다.

뮤지컬 작업의정석 2017(진세인,박주빈)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유난히도 더운 오후, 예정에 없던 공강이 생겼다. 열심히 과제 준비를 해 온 나로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었다. 다음 수업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에어컨이 나오는 멀티미디어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볼 생각으로 건물을  나섰다.  같은 조형관 건물을 쓰고 있는 연극학부 학생들이 건물 현관 앞에서 본인들의 공연을 홍보하고 있었다.

  건물 밖 시멘트 도로 위로는 초여름의 열기가 이글거렸다. 다른 건물에 있는 멀티미디어실까지 가는 동안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것 같았다. 그때 홍보를 하는 미모의 여학생이 10분 후에 공연을 시작한다며 팸플릿을 건넸다. 제목만 들어도 진부할 것 같은 공연이었지만 공연장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공기와 입장료가 무료라는 말에 나는 목적지를 바꾸기로 마음먹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앞줄에 앉았지만 자리도 편하고 시원해서 불이 꺼지면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장료는 공짜라고 해 놓고 피에로 분장을 한 바람잡이가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받는다면서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모금함을 들이댔다. 돈을 넣을 때마다 큰 박수와 함성이 뒤쪽에서 터져 나왔다. 눈치가 보여서 천 원짜리 한 장만 넣으려고 했지만 불행히도 내 주머니 속에는 현금이라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뿐이었다.

연극 택시안에서 2019(함요한,전지수)

이 돈이 오늘 밤에 그들의 술값에 보태어지리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모금함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넣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하고부터는 의외로 집중하면서 보게 되었다. 제목은 진부했지만 공연은 웃기는 장면도 많았고 감동적인 장면은 눈물을 흘리면서 보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하는 그들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공연이 끝나자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 그들을 향해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감사함을 표했다. 나 또한 일어서서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기보다는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살아 보고 싶다고. 그렇게 해서 나는 부모님과 상의도 없이 내 독단으로 전과를 신청하였다.

  연극영화과가 생긴 이후로 전과를 신청한 학생이 처음이어서 학과에서는 전과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내 인생 첫 오디션이었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광장』이라는 작품의 독백 부분을 외워서 갔다. 교수님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절실함이 컸던지 연기 후에는 예정에도 없던 노래와 막춤까지 추면서 간절하게 오디션에 임했다. 다행히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당시 학과장이셨던 K교수님은 흔쾌히 서류에 사인과 직인을 찍어주셨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봐야지."

  그렇게 다음 학기에 나는 정식으로 연극영화과 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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