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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Sep 18. 2024

이토록 하찮은 행복

글을 마치며





‘어떻게 살지?‘ 에서 출발한 24편의 여정을 담은 브런치북을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차례를 적어 놓고 어떻게 글을 담을까 막막했는데, 꾸역꾸역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마흔이 되고 저주에 걸린 것 마냥 하루아침에 늙어버린 기분이 들었는데, 그만큼 깊어지는 마법이 아니었나 생각도 듭니다.



지금의 저는 어린 시절 상상했던 모습도 아니고, 자라지 않은 키만큼 다방면으로 부족하고 철없는 아줌마입니다. 그럼에도 이 미로 같은 길을 돌아 돌아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막연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지요. 어찌 보면 세상이 말하는 평균의 삶에는 멀어졌지만, 그만큼 나다움엔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렇게나마 그 과정을 담아두는 건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거 같습니다.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암으로 산티아고 성지순례하듯 2년 넘게 치료를 받았습니다. 회복을 위한 24년의 여름은 무더웠고, 가을은 오지 않았고, 추석은 잔인했습니다. 날 것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이었지요. 살면서 어느 때보다도 이기적인 한 해였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고, 원하는 모습으로 일상을 채우며, 내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세상 가장 보잘것없는 것들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 속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을 특별히 보내는 방법이며, 간소한 생활을 통해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비법입니다. 앞으로도 춤추듯 방황하며 하찮고 귀엽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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