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Dec 03. 2024

겨울맞이 귀여운 궁상들 D + 97

20241203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한 동장군

* 1695일째 드로잉 : 생활의 달묘. 1



-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하려고 가방을 챙기다 팬슬촉이 박살이 난 걸 알았다. 그 박살난 촉이 울면서 룽지를 가리켰다. 핸드폰 충전잭, 안경다리에 이어 팬슬촉만 이번이 두 번째이다. 임시방편용 커버를 찾으며 씩씩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문 뒤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이 아니라, 꺾여도 하는 마음이랬다. 망가진 팬슬로 꾸역꾸역 하루치의 그림을 그렸다. 마음이 진정되고 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을 미워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깼다. 냥이들과 뒹굴거리고 있으니 그제야 알람이 울렸다. 알람을 끄고 10분 정도 더 뒹굴거렸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그래도 될 거 같았다. 냥이들이 겨울은 원래 이러는 거라고 했다.


- 월요낙서모임을 다닌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그곳에서 길냥이 코점이 모녀도 만나고, 따뜻한 차도 마시고, 잔잔한 음악을 듣고, 조그만 종이에 귀여운 그림들을 그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다 집에 돌아올 때쯤 되면 마법 풀린 생쥐처럼 흠칫 부끄러워진다. 혼자서 괜한 말을 한 건 없는지 돌아보고 주워 담고 싶어 진다. 다음엔 조신하게 사람들 말을 잘 들어줘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또 가면 어색함을 못 견뎌 입이 터져버린다.

… 고상한 아줌마가 되는 건 틀린 거 같다.


  - 주말에 반려인과 지역 업사이클링 마켓 “33-66L”에 다녀왔다. 그동안 헌 옷을 리유저블한 소품들과 쓰지 않는 컵들을 가지고 나갔다.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한 손님께서는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도 새 주인을 찾아간 물건들이 행복하게 지낼 거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 오늘의 할 일 : 쪼꼬미 산타 밴드 초정 공연. 캐럴 틀고 룽지와 댄스 타임. 핫초코 대타 팥잼 소이라떼 말아먹기.  



좌. 업사이클링마켓ㅣ우.월요낙서모임
좌. 부상이 심한 팬슬촉ㅣ우. 쪼꼬미 산타 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