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하늘을 우러러 좀 많이 부끄러운…
* 1696일째 드로잉 : 생활의 달묘. 2
- 매일 새벽 같은 시간, 룽지가 배 위에 올라와 골골송을 불러준다. 아기 때는 그 낙으로 살았는데 이젠 덩치가 커져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매번 흘러내리고 미끄러지면서도 눈치가 없는 건지 포기를 모르는 건지 아무튼 대단한 녀석이다. 그래도 단번에 내치면 마상을 입을까 몸부림을 치는 척 슬쩍 돌아누웠더니, 악착같이 옆구리살을 타고 올라와 골골송을 부른다. 지도 루틴이라 어쩔 수 없단다. 오늘부터 아이의 밥을 줄여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 아침에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는데 멀리 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식품 공장 같은데… 밥 짓는 연기 일까? 거대한 공장에서 짓은 밥을 떠올리니 뭔가 로봇이 된 거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밥 해 먹고사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왕 만드는 거 맛있고 건강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 아침 라디오를 듣다가 밤사이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걸 알았다. 만우절이 12월이었나… 어이가 없어 반려인과 쿵짝쿵짝 선 넘은 나라님의 욕을 하고 있는데 꾸리가 왜 싸우냐고 애옹애옹 울었다. 룽지는 그런 꾸리 뒤에 숨어 짠한 표정을 짓었다. 싸우는 거 아니라고 설명하고 사과의 의미로 경락 마사지와 두피마사지를 1회씩 실시했다.
그나저나 촛불을 준비해야 할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몫까지 부끄러울 때가 있다. 꼭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는 거 같다. 어떤 침묵은 말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가진다. 방관이나 무관심이 아니다. 지금껏 잘 해와서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자도자로 둔 나라와 자신이 참 부끄러운 날이다.
- 오늘의 할 일 : 씽씽이 타고 길 건너 식자재 마트 라이딩. 마음을 다스리는 그림 작업. 냥이들의 은밀히 손톱 깎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