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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

250509 비바람

by 최집사



간밤에 똥 테러를 당했다. 새벽부터 풍기는 쿰쿰한 냄새에 잠이 깰 정도였다. ”… 똥꼬 좀 닦아 꾸리야 “ 눈도 뜨지 않는 채 머리맡에 누워있는 꾸리를 다그쳤다. 아침에 일어나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을 땐 이미 발에 피를 아니, 똥을 묻힌 뒤였다. 바닥에 흩어진 변을 주섬주섬 수습하며 당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멀쩡한 화장실을 두고 왜 이런 짓을… 곰곰이 생각 끝에 두 가지 이유를 알아냈다. 꾸리가 볼 일을 볼 때 룽지가 공격을 하거나, 새 모래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잘못의 반을 내 책임으로 돌렸다.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놀랬을 테니까, 진심으로 나무랄 수는 없었다.


빨래를 하는 날이다. 비가 오는 관계로 탈수 2회 실내 건조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용하다는 건조기를 들이지 않았다. 전기비도 아깝고, 새로운 기능을 배우기도 귀찮고, 무엇보다도 신경 쓸 물건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덕에 빨래를 하는데만 반나절이 소요된다.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 색깔을 나눠 두 번 세탁기를 돌리고, 베란다를 포함한 총 3개의 건조대를 펼친다. 가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허수아비가 나타나 빨래 너는 걸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한 집안일에 파묻혀 지내며 어쩔 땐 스스로를 10년 차 입주 도우미라고 상상한다. 검색해 보니 2시간에 3만 8000원 정도 번다는데… 바깥일을 했더라도 그 정도의 몫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한 번 무너져보니 결국 건강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운동을 하고 집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 돈 버는 일이지 싶다. 당장 다달이 통장에 돈이 꼽히진 않지만 미래의 병원비와 약값을 부지런히 상환하는 중이다 여기며 산다.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의 일과 일상을 조력하며 그들의 성취에도 약간의 지분을 주장함으로써 미래의 영광에 살포시 발을 담그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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